현충원 2

"잘 부탁드립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의 첫 일정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였습니다. 조 당선자가 현충원에 공식적으로 참배하는 것은 처음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통 대통령이나 당 대표 등이 새로 선출되면 당선자를 중심으로 좌우에 큰 무리를 이루어 현충탑 앞을 향해 걸어옵니다. 그런 그림에 익숙한 제게 조 당선자와 수행팀장 단 둘이서 걸어 오는 단출한 모습은 좀 어색해 보이더군요. 조 당선자는 참배 후 현충문 앞에서 방명록을 썼습니다. 대여섯 명의 사진기자들이 그를 둘러쌌습니다. 많은 눈이 지켜보는 중에 쓰는 글이 어색한 지, 극적인 당선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방명록 글이 흔들렸습니다. ‘아이들과 교육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는 글은 떨리듯 방명록에 새겨졌습니다. 이도 제겐 낯설었습니다. 차에 탑승하는 그를 찍기 위..

사진이야기 2014.06.06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아스팔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스팔트 위 작은 틈에서 이름 모를 풀이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발길이 멈췄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리 자란 사연을 생각했다. 수시로 지나는 차량의 바퀴에 밟히면서도 꿋꿋하게 그 생명을 견뎌냈다. 보잘 것 없는 풀의 생명이 더 없이 커 보이는 건, 이 곳이 수 많은 죽음이 기려지고 있는 현충원이어서 일까. 쉽고 가볍게 스러지는 숱한 삶들의 세상에서 연약한 풀의 질긴 생명력은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그 작고 고독한 생명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나날히 숭고해지고 있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