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개념 사진기자

나이스가이V 2013. 2. 22. 18:38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고, 일본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은 하루종일 일본 규탄 집회로 북적였습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유관순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손색없는 그림이지요. 대사관 앞에 모인 수 많은 내외신 매체의 카메라가 아이들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남성이 "일본 물러가라"를 외치며 윗옷을 들어올리고 카터칼로 배와 팔을 번갈아 그었습니다. 

 

 

카메라는 어린이들에서 이 자해하는 남성으로 일제히 옮겨갔습니다. 길게 빼지 않은 칼로 그어 긁힌 상처에 살짝 피가 맺혔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아이들 앞에서 무슨 짓입니까?"라며 C사 후배기자가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등지고 이 남성의 칼 든 손을 잡아챘습니다.

 

 

이어 경찰이 들어와 이 남성을 현장에서 끌어냈지요. 어수선해진 현장이 정리되고 그 상황을 복기해 보면서 '용기있는' 후배의 행동에 모두 찬사를 보냈습니다. 경황이 없는 순간에 아이들을 생각했다는 것도 그렇고 카터칼일지라도 위험한 흉기인데 반사적으로 손목을 잡아채는 행동이 참 멋있었던 것이지요. 어떻게든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셔터를 부여잡고 있었던 것이 민망했습니다. 점심으로 부대찌게를 먹는데 이 정의로운 친구가 라면사리를 부셔 넣는 모습도 근사해 보였습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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