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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꿀잠대회...'개'의 사전적 의미는 바뀌겠지요?

꽤 오래전 지하철 안에서 한 여성이 "우리 아가~"라며 애지중지하던 대상이 '개'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라는 따가운 눈총을 그 혼자 다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그 '아기'가 아기띠에 폭 안긴 채 그와 함께 지하철에서 내릴 때 수많은 불편함의 시선이 일제히 그의 뒤통수에 박혔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개'를 "개"라고 부르는 일보다, '반려견'이라고 부르는 일이 더 많아졌지요. 반려동물의 대표인 개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랩니다. 아침저녁으로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건,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는 것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지난 5월31일 반려견과 함께하는 '개꿀잠'대회가 서울숲에서 열렸습니다. 사전 행사로 진행된 반려견..

사진이야기 2026.06.01

"나무를 죽이는 건 그 마음을 죽이는 일입니다"

죽어가는 나무 한 그루를 위해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회견 장소로 향하며 속에서 슬그머니 이런 말이 올라왔습니다. ‘그깟 나무 한 그루가 뭐길래, 이게 얘기가 돼?’ ‘은행나무 독살 주범 환기미술관 규탄 기자회견.’ 서울 부암동 주민들이 미술관 담벼락 앞 2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앞에 모였습니다. 회견은 미술관 측이 이 나무에 제초제를 뿌려 죽이려 한 것에 대한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복원을 요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골목을 지키는 나무가 주는 위로가 커보였습니다. 개인의 추억과 사연이 이어졌고, 나무를 죽이려 한 미술관 측을 규탄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고 소개하는 미술관의 행태라는 것에 더 화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발언자들은 목이 메는 듯..

사진이야기 2026.05.27

나는 왜 무지개양말 사진을 찍었을까

휴대폰으로 기자회견을 찍고 있는 한 활동가의 양말에 시선을 갔습니다. 무지개 색깔로 구성된 줄무늬 양말이었습니다. 치마 밑단까지 끌어 올린 양말은 쨍한 햇볕에 도드라졌습니다. 색과 무늬가 먼저 눈에 들어왔었지만, 셔터를 누르게 한 건 ‘무지개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의 ‘성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이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혼인평등 실현 등을 요구했지요. 단체의 이름에도 쓴 것처럼 ‘무지개’는 다양성을 의미하는 성소수자의 ‘상징’입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 퀴어퍼레이드에서 남색을 뺀 여섯 가지 색을 사용한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하지요. 2011년 게이 인권단체 ‘친구사이’를 다큐 취재하면서 ‘6색..

앵글 밖 사진 2026.05.18

자식 잃은 부모 면전에 "주가 떨어져"라고 말하는 인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다 목숨을 끊은 노동자의 유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만해. 주가 떨어져.” 날카로운 고함이 날아들었습니다. 일순간 시선이 목소리가 흘러나온 고급 세단으로 몰렸습니다. 소리를 지른 운전자가 조수석 차창을 반쯤 내린 채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기자회견 준비로 사옥 앞을 지나가는 차량이 서행하는 동안 이 운전자는 작심한 듯 외쳤던 겁니다. 악을 쓴 목소리엔 적의가 담겼습니다.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짜증과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습니다. 아주 짧은 정적 후 한 유족이 되받았습니다. “오늘 주식 사세요.”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당..

앵글 밖 사진 2026.05.10

코스피 7000 돌파 세리머니와 'K-보도사진'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는 참 매력적입니다. 어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이만큼 유용한 게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20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가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3000, 4000, 5000, 6000, 7000 고지를 넘었습니다. 숫자가 커져가는 그 사이에는 수많은 장중 혹은 종가 기준 ‘최고치’들이 촘촘하게 메웠습니다. 기록이 바뀔 때마다 매체의 사진기자들은 하나은행 딜링룸을 찾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주식과 환율 관련 사진은 이곳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딜링룸의 대형 전광판에는 그날의 주요 금융지표들이 큼직하게 표시됩니다. 분주한 딜러들이 오가는 모습과 수치를 같이 표현할 수 있지요. 애초 은행 딜링룸이라는 곳에 굳이 대형 전광판이 있을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이는 사진기..

앵글 밖 사진 2026.05.08

봄볕 좋은 한강에 뜬 '꿈의 구장'

한때 직장인 야구붐이 일었습니다. 너도나도 야구단에 가입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바닥이 고르지 못한 학교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잘 갖춰진 구장에 대한 로망이 생겼습니다. 동호회 야구인들에겐 ‘꿈의 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 경기할 기회가 어쩌다 한 번 주어졌고, 형편없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야구가 참 잘 되는구나’하고 느꼈던 기억입니다. 요즘은 풋살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5인제 미니축구에 진심인 이들이 참 많습니다. 어울려 공을 차다 보면 역시나 특별한 구장이나 대회에 대한 은근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동호회 풋살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꿈의 운동장’이 한강 위에 떴습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앞 바지선에 설치된 풋살장에서는 직장인팀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봄기운..

고모부의 일기장

“아버지 일기 중에서...” 출근길에 사촌형의 카톡 문자와 사진 석 장이 전송돼왔습니다. 무심히 사진을 띄워보고 먹먹해졌습니다. 얼마 전 고모부가 돌아가셨습니다. 대구에 살던 어린 시절에 고모댁으로 가끔 놀러 가면 교사였던 고모부는 무뚝뚝하게 앉아 계시곤 했습니다. 책을 읽으셨던 것도 같습니다. 그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조카를 반기며 활짝 웃어도 주셨을 테지만 그런 기억보다는 ‘무뚝뚝하게 앉아’있던 모습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이후 자라면서 부산으로, 다시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고모부를 뵐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결국은 돌아가신 후에야 영정사진을 들여다보며 후회를 했지요. 한 통의 전화가 그렇게 ..

사진이야기 2022.04.26

벚꽃은 흩날릴 때가 절정이다

서울 여의도 벚꽃길이 3년 만에 전면 개방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벚꽃 철마다 통제됐던 곳이지요. 개방 사흘 만인 4월 12일에 찾은 벚꽃길엔 평일인데도 가족과 연인이 많았습니다. 만개한 벚꽃에 봄바람이 살랑하고 닿을 때마다 꽃잎이 흩날립니다. 걷던 이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작가가 됩니다. ‘꽃비’는 움츠리고 지친 시간을 위로하듯 상춘객들의 어깨 위로 수시로 내립니다. 마스크 너머의 표정이 꽃처럼 환합니다. ‘벚꽃 엔딩’이라고 사진 제목을 붙이려다가 망설입니다. 벚꽃은 흩날릴 때가 오히려 절정인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피는 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벚꽃잎이 휘날릴 때마다 다음 계절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ㅇㅈ

봄은 왔지만...

건조한 겨울철에 큰 산불이 나면 봄기운이 찾아들 무렵 다시 산불현장으로 갑니다. 식목일을 앞두고 있다면 더 좋은 취재타이밍입니다. 상처가 여전한 현장을 돌면서 불 탄 자리에 자라난 풀이나 꽃을 찍곤합니다. 보통 '생명' '회복' '기대' 따위의 단어를 동원해 희망의 메시지를 욱여넣은 사진설명을 쓰지요. 산불 한 달만에 다시 찾아간 울진에서도 역시 검게 탄 야산에 핀 꽃을 찍었습니다. 다 타서 죽고 쓰러지고 베어질 숲에서 작은 꽃하나 찍었다고 희망을 말할 순 없었지요. 전형적인 사진과 설명을 극복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금주의 B컷] 지난 4월3일 경북 울진군을 찾았다. 213시간이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북면 일대의 처참한 풍경이 내..

답인 듯 위로인 듯

내가 찍은 사진에 자주 실망한다. 대개 같은 현장에서 찍은 다른 동료의 사진과 명확하게 비교될 때 그렇다. 고민하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정직한 결과물이다. 머리를 부여잡고 후회하지만 그때뿐이다. 수도 없이 반복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끔, 최근 들어선 자주,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해왔던 일이 즐겁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연차만큼 축적돼 온 무기력일까 싶기도 하고, 방향과 목표가 없어서일까 싶기도 하다. 사진 앞에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건 아주 오래전 퇴화된 감각처럼 느껴진다. 여느 때처럼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질문 앞에서 몇 장면을 떠올렸다. 어제 저녁자리에서 “일이 너~무 재밌다”며 짓던 후배의 표정, 1인 시위용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