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당직이 걸려 싸이 콘서트 취재가야 된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은 다들 "좋겠다"고 하더군요.
표 구하기도 힘든데 그것도 공짜로 보니 그리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진기자에겐 그저 피곤한 '일'일 뿐입니다. 그것도 아주 빡센 일이죠. ^^
공연시작 4시간 전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4시에 싸이 기자회견이 있었거든요. 취재진 출입구엔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먼저 온 순서대로 들어가는데 맨 처음 온 매체는 새벽 6시 반, 그러니까 공연시작 12시간 전에 왔다네요. 이 바닥이 이렇습니다. 발디딜 틈 없는 기자회견장에서 1시간여 싸이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신곡 '젠틀맨'이 빵빵한 스피커를 통해 반복해 흘러 나왔습니다. 기자들을 '젠틀맨'에 중독시켜 버리겠다는 기획사의 의도로 받아 들였습니다. ㅎㅎ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콘서트의 막이 올랐습니다. 5만 여 관객들 앞에서 싸이의 '해프닝'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순서를 보니 총 18곡 중에 16번째 곡이 '젠틀맨'이었지요. 몇몇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냥 보다가 16번째 곡에 집중하면 되겠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나요.
싸이의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콘서트 열기는 더해 갔지요. 특히 와이어를 타고 공연장 구석구석 관객 머리 위를 날며 펼친 공연은 메인 무대와 멀리 떨어져 앉은 관객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와이어 타고 '거위의 꿈'을 부를땐 "수험생보다 바빴다"던 지난 시간과 객지생활의 외로움, 부담감 등이 울음이 되었지요. 측은하거나 뭉클해질 새도 없이 대형 스크린에 비친 눈물을 기계적으로 찍었습니다. 우연히 힐끗 돌아본 옆자리 동료기자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민망했는지 그는 "눈이 따깝다"했고 저는 모르는 척 했습니다. '일이기에 즐길 수 없고 빠져들 수 없다'는 건 그저 변명같은 제 생각이었나 봅니다.
처음 공개되는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눈과 렌즈로 번갈아 바라본 뒤, 무대에서 이어지는 '젠틀맨' 퍼포먼스를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 긴 시간의 기다림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부터 수 십 차례 들었던 노래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한 때 대한민국의 강타했던 '시건방춤'과 함께 '강남스타일'만큼 흥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리는 쌍용차 범대위 행사 취재를 위해 공연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저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해 하던 취재였지만 막상 자리를 떠나면서 아쉬움과 여운이 남더군요. ^^
이틀이 지나 이 블로그를 쓰는 이 순간에도 "알랑가몰라~" "마더 파더 젠틀맨~"을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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