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때 강경진압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그제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취임식이 있던 날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노숙 농성을 하며 공항공사 출입구를 지켰습니다. 김석기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말이지요. 김 사장은 유가족을 피해 일찌감치 옆문으로 들어가 오전 9시쯤 취임식을 하였습니다. 식 후 용산참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 사장은 “불가피했다. 안타깝다”며 늘 하던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같은 시간 건물 밖에서는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안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그가 유가족들 앞에 서지 못하고 직접 사죄하지도 못하는 이유가 권력에 기댄 오늘의 이 ‘자리’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사장은 용산참사 이후에는 오사카 총영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큰 권력에 기댄 작은 권력들의 자리 차지와 유지에 대한 거대한 욕망은 상식과 약자들의 목숨 위에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것도 ‘법과 질서’라는 이름을 팔면서.
김 사장의 출근과 이를 저지하는 유가족의 모습이 한 앵글에 들어오면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겠지만, 김 사장의 ‘기습 출근’으로 취임식 사진과 유가족 집회 사진을 따로 찍어야 했습니다. 신문에는 두 장을 붙여 쓸 것이라 예상을 했지요. 이날 저녁 편집된 두 장의 사진을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편집자의 센스가 빛났습니다.
용산 희생자 유가족의 집회 사진 옆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김 사장의 취임식 사진을 붙였습니다. 고개 숙인 방향은 유가족 쪽이지요. 편집자는 사진의 조합을 통해 김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일까요? 굳이 확인하지는 않으렵니다.^^ 석 달 있으면 용산참사 5주기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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