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 3

'비와 사진기자의 이야기'

가을입니다. 아련한 생각에 잠기게 하는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비 오는 날엔 무슨 생각들 하시나요? 저는 잠에서 깨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며 이 비를 어디 가서 어떻게 찍어야 할까를 생각했습니다. 가을비가 우울한 것이 아니라 비를 보며 일을 생각하는 저의 상황이 우울한 것이지요. 제가 유별난 게 아니라 날씨에 민감한 보통 사진기자들의 습관입니다. 수시로 내리는 비지만 다 같은 비가 아닙니다. 비라는 것도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따라 의미와 때론 이름을 갖습니다. 어제의 비는 막바지 더위를 물리고 추위를 부르는 비였지요. 추위 끝에 오는 반가운 봄비, 애잔한 감성을 부르는 가을비, 지긋지긋한 장마나, 물난리를 일으키는 기습 폭우 등 계절과 비의 성격을 따져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되는..

사진이야기 2013.09.25

다큐 뒤에 남는 것은-프린지 예술가들

이번 다큐에서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예술가들을 만났습니다. 6년 전쯤 축제 현장 모습을 스케치해 다큐로 한 번 다뤘기에 이번에는 예술가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습니다. 참여한 수 많은 예술가 중에 어떤 예술가를 선택할 것인가, 긴 고민을 한 끝에 한 영화감독의 작업에 꽂혔습니다. 그는 프린지에 참여한 예술가들을 즉흥적인 방식으로 담아내는 낯선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포함해 그의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만나는 예술가들의 얘기를 엮어 담아보자는 생각에 미친 것이지요. 이참에 저도 예술가가 되어봅니다. ‘사진을 찍는 내가 영화감독이 파인더를 통해 찍는 예술가와 그 작업을 찍는다’ ‘예술을 담는 그 예술을 담는다’ 장고 끝에 닿은 개념이라 뭔가 그럴듯했고, 스스로 이 시도가 ‘예술적이다’라..

사진다큐 2013.09.16

힛팅수 경쟁

컴백 가수의 쇼케이스를 난생 처음 취재 간 저는 행사장 입구에서 낯익은 타사 후배의 얼굴이 보이자 반가워서 외쳤습니다. "나 좀 케어 해줘~!" 후배는 프레스카드를 수령하는 절차와 무대 앞에 자리 잡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혼자 못할 것도 없지만 ‘뻘쭘함’에 늘 이런 식의 민폐를 끼칩니다. 한 시간 반 전에 추첨을 통해 자리배정은 이미 끝나 있었구요. 사진, 영상, 취재기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요.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간간이 앉은 아는 선후배들과 떠들썩하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산만한 저 양반은 누구야?’하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걸그룹 카라가 등장해 새앨범 타이틀곡 ‘숙녀가 못 돼’를 선보일 때 셔터를 누르면서도 곡 사이사이에 쇄도하는 셔터 소리가 연주의 요소인듯 섞여 ..

사진이야기 201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