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1진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날, 선수들 사이에서 니콘 카메라를 든 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성급한 걸음으로 출국장을 나오며 남한 쪽 사진기자를 향해 셔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그의 엉성한 자세를 보며 사진기자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예전 이산가족상봉 취재차 금강산에 갔을 때 카메라를 든 북측 인사의 대부분이 기자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난 뒤 생긴 의심도 작용했을 겁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는 어설픈 사진기자 엑스트라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카메라를 든 자의 어색한 움직임은 사진기자의 눈엔 쉽게 포착됩니다. “북에서는 그리 찍습네다”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시선을 끄는 또 한 명의 사진기자가 있었으니 카메라를 멘 여기자였지요. ‘오랜만에 북쪽 사람을 보는 것도 신기한데 게다가 사진기자에 또 여기자라니···.’ 이날 ‘북녀 사진기자’ ‘북한 미녀 사진기자’ 등의 제목으로 많은 매체의 사진기자들이 포털 등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저 역시 여러 차례 북한 기자들을 봤습니다만 여성 사진기자는 처음이었지요. ‘저 친구 기자 맞을까’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요. 지나서 검색해 보니 그녀가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찍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보이더군요.
북한 선수단이 고려항공편으로 북으로 돌아가던 날 다시 카메라를 든 그녀를 보았습니다. 선수들 틈에서 나타나 남한 사진기자 건너에서 선수단을 찍었습니다. 밝은 표정과 무표정의 선수들 사이에서 유독 이 여기자만 자신만의 자유로운 표정과 또 행동을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껌을 씹고 있는 모습에서도 통제되지 않는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내 블로그 최다방문자수를 자랑하는 ‘노가다찍사’님의 사진이 퍼뜩 머리를 스쳤습니다. 북한 선수단의 검은색 일색 캐리어 속에서 유일하게 분홍색 캐리어를 끌었다는 이가 바로 이 여기자였습니다.
북한 어느 매체의 기자인지도 이름도 모르지만, 다가오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첫 출전을 한다니 혹시 다시 만나게 되면 통성명이라도 해봐야겠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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