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 주인공을 앉힐 의자를 세심하게 놓으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를 둘러보며 사진 찍을 세 군데쯤의 공간과 동선을 미리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열린 문 사이에 둔 의자는 마지막 사진을 찍을 공간이었지요. 이날 주인공 이미지의 완성은 의자에 앉은 채 찍은 컷이었으면 했습니다. 자신만만한 ‘지존’의 모습을 연출해 담고 싶었습니다.
계산대로 3층 테라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그리고 의자에 앉혔습니다. 강렬하고 깊은 눈빛이 참 좋은 배우였습니다. 시간 단위로 반복되는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그였지만 스스로 연출하는 포즈엔 여유와 근성이 느껴졌습니다.
한 시간 주어진 인터뷰 시간에 사진기자의 시간은 10여분. 결과물이 그럴듯하다 할지라도 영혼 없는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큰 시간이지요. 10분 중 마지막 1분만 찍더라도 9분 동안은 대상과 친밀해질 수 시간에 투자하는 게 이상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그건 이상일 뿐입니다. 서둘러 찍는 사진에 ‘난 기계인가’하는 씁쓸한 질문을 가끔은 던집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의 주인공처럼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에 적극적이고 정성을 다하는 친구를 만나면 좀 위안이 됩니다. 그게 고마웠던 걸까요. “점점 더 멋있어져요”라 멘트를 저도 모르게 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의자를 놓을 때 인터뷰 주인공의 사진을 찍은 후 자연스럽게 그 뒤에 가 서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2014년 어느 날의 저를 이런 방식으로라도 기록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작 자기사진이 드문 이들이 사진기자입니다. 이왕 기록하는 거 잘 나가는 연예인과의 사진이면 조금 더 가치가 있지 아니겠습니까.
의자 컷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사진 한 장 찍어요’라는 말이 목젖까지 차고 올라 왔습니다. 그러나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며칠간 수 십 곳의 매체와 릴레이 인터뷰에 지쳤을 배우에 대한 배려라고 제 속에선 변명을 하고 있었지만, 이 친구의 뒤에 서서 비교될 눈빛과 얼굴크기와 자세 등에 대한 부담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받을 상처를 미리 차단한 것이지요. ^^ 매번 기념사진은 이런 식으로 실패를 하고 말지요.
이날 인터뷰의 주인공은 영화 '타짜-신의 손'의 배우 최승현이자 '빅뱅'의 탑이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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