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금주의 B컷’이라는 코너가 신설됐습니다. B컷은 A컷에 밀려 쓰지 못한 아까운 사진을 말하지만 신문에 쓰기 부족한 사진의 의미도 있습니다. 나름 골라냈으나 지면에서 외면받은 사진뿐 아니라 아예 폴더 내에서 잠자던 사진도 B컷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코너가 생기다보니 삭제 직전에 기사회생해 'B컷'의 지위를 당당하게 누리게 되는 사진이 늘 것 같습니다.
신문에 쓰지 못하는 사진을 신문에 쓰는 것이니 B컷이 아니라 A컷이 되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들은 B컷 코너를 위해 준비했지만, 지난 주말 ‘정치 덕후’ 커버스토리에 꼽사리 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뒤통수 보고 누군지 맞혀 보시라'는 퀴즈가 되었던 것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의 뒷모습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신문 지면에서 웬만하면 뒷모습은 쓰지 않습니다. 위기의 인물을 표현하거나,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가끔 허용되지요. 금기시하고 있는 뒤통수를 향해 셔터를 눌렀던 건 아마도 이 ‘B컷’코너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셔터를 누르는 동안 뒤통수의 뒤인 얼굴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느라 다양한 표정을 섞어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미동도 표정도 없는 뒤통수만이 증인들의 본모습이자 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평생 스스로 볼 일 없는 자신의 뒤통수지만, 남들은 노골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신체 부위지요.
청문회 증인들의 이 뒤통수 사진이 독자에게 어떻게 가 닿을지 궁금했습니다.
뒤통수 조심할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