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김정은의 여인 '리설주'를 찍다

나이스가이V 2012. 7. 27. 11:24

"2005년 아시아육상대회 갔었냐?"고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니오" 대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요. 

아시아육상대회를 취해할 만한 관심이 당시 언론에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ㅜㅜ

 

그리고 다시 부장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니가 갔었네"

'내가 갔었나?' 잠시 혼란이 왔습니다.

회사에서는 당시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북한 응원단 일원으로 참가했다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사진을 찾고 있었던 겁니다.

어쨌거나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사실 아시아육상대회 경기를 취재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오로지 남한을 찾은 '북한 미녀 응원단'에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러니 대회 이름을 듣고도 기억해 내지 못했던 것이지요.

 

부장이 옛 파일을 뒤져 찾아낸 사진을 화상에 띄워줬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겨우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2005년 9월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인천의 한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대회 부대행사(?)였는데 북한 응원단의 요란한 응원 구호와 노래가 체육관 가득 울려 퍼졌지요.

경찰들이 인간띠를 이어 응원단을 보호하는 바람에 취재진과 승강이를 벌였던 기억도 살짝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들 때문에 취재가 그리 수월하지 않았었지요.

 

가는 곳마다 응원단을 환영하는 시민들이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찍은 사진 속에 '리설주'가 있었던 겁니다. 

 

 

 

사진기자들에게는 놀랍도록 비슷한 시선이 있습니다.

그 시선은 일반적인 남성의 시선이라해도 상관없습니다.^^

백 명이 넘는 북한 응원단 속에 미인들이 꽤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본능적(?)으로 찍습니다.

그 순간엔 몰랐을지라도 나중에 확인해보면 찍혀있기 마련이지요.

그 이가 바로 '리설주'였지요.

제가 찍었던 사진에도 당시 공항에서 '풀(POOL,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소수가 대표로 취재해 공유하는 것)' 기자가 찍었던 사진에도 훗날 김정은의 아내가 될 운명의 여인 '리설주'는 있었습니다.

 

 

<pool 사진> 2005

 

당시 16세 였던 '리설주'가 4년 뒤인 2009년 스무 살에 김정은과 결혼했다는 군요.

 

어쨌든 '이쁘면 찍힌다'는 겁니다.

위험한 발언인가요? ㅎㅎ

 

옛 파일을 열심히 뒤져서 사진을 찾아내고도 지면에 쓰지 못한 '우철훈 부장'의 노고를 생각하며 이 블로그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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