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사진입니다. 낚시꾼들이 한가로이 고기를 낚고 있습니다. 뒤로 옅은 안개에 싸인 고리 원전이 보입니다. 낚시꾼과 어민들의 배가 수시로 원전 앞바다로 향했습니다. 방파제 위에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주변으로 밤을 샌 흔적들이 즐비했었지요.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앞두고 출장 여부를 결정할 때 옆자리 후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거기 앞바다에 사람만 한 우럭이 잡힌다던데요.” 원전에서 데워진 물이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들을 때 웃어넘겼던 그 말의 뜻이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원전 앞바다가 따뜻해 고기가 잘 자랄 환경이라는 말인 지, 원전에 의한 어떤 오염(방사능 등)을 전제한 말인 지, 그냥 풍문이자 우스갯소리인 지를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인 19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진행했습니다. 안내 직원이 거듭 강조한 “보안시설”이라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 들어갔습니다. 대통령 참석 행사라 멀찍이 중계 카메라 뒤에 자리를 잡고 기념행사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갑자기 그 '큰 우럭’이 생각나, 가까이 있던 원전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앞바다에 정말 사람만 한 우럭이 있습니까?”
가볍게 물었는데 적잖이 당황한 직원이 그 짧은 순간에 깊은 고민을 한 표정으로 “제가 답할 사안이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질문이 내포했을지 모르는 여러 의미를 복잡하게 계산한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같이 웃어보자’고 던진 물음이었는데 궁금증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1급 보안시설’ 직원의 노련함이었을까요.
다시 궁금해지는 것은 저 낚시꾼들이 회를 쳐서 먹을 생각으로 고기를 잡는 것일까, 흔히 말하는 ‘짜릿한 손맛’을 위한 것일까, 하는 것이지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은 확실히 '구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원전 앞 느긋한 낚시꾼의 모습이 '불안'과 '안전'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국내 첫 원자로인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와 돌아오는 고기와 낚시꾼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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