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동네 조그만 북카페에서 ‘책 읽는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북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내가 ‘책 시장’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이 공간에서는 처음 갖는 행사였지요. ‘웬만하면 쉬는 날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는 나름의 소신이 있지만, 본행사인 ‘책 시장’ 날짜를 잡는 것도 부대행사인 ‘사진 찍기’ 성사여부에 달렸다는 ‘협박(?)’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뭐, 늘 이런 식이지요.
북카페을 이용하거나 책모임, 바느질 모임 등 이런저런 소모임을 하는 이웃들이 사진신청을 했습니다. 가족과 친구 등이 짝을 지어 소품인 책을 든 채 제가 정해준 자리에 앉거나 섰습니다. 휴대폰 카메라와 셀카의 ‘즉흥’에 익숙해진 시대에 묵직하고 시커먼 카메라는 살짝 긴장을 유발하지요.
“앉으세요” “기대세요” “시선을 맞추세요” “책을 올리세요” “웃어요” “아이를 쓰다듬어요” “어깨에 손을 살짝 올려보세요”하는 요구에 어색하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거나 책을 보다가 시선을 주는 주민들도 재미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이 좀 더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는 과정이지만 이벤트의 일환이라 저도 오버를 좀 했었지요. 어느 부부의 사진을 찍는데 “결혼 이후 이런 사진은 처음 찍는다”며 좋아하더군요. 가볍게 찍은 사진이지만 특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진이기도 했습니다.
잘 나온 것을 골라 5×7사이즈로 인화해 액자에 넣어 지난 일주일 동안 전시를 했습니다. 사진이 담긴 액자를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됩니다. 사진을 받아들고 ‘집안 어디쯤에 두고 볼까?’ 들뜬 고민에 빠져들(아닐 수도 있지만) 이웃들을 상상해보니 흐뭇해집니다. 2017년 어느 봄날의 추억을 선물했다는 뿌듯함도 남았습니다. ‘추억’과 ‘인화된 사진’은 애초에 붙어 있던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찍는 이와 찍히는 이가 같이 웃으며 행복해할 수 있는 사진이라면 ‘이상적인 사진’이라 할 만하겠지요.
동네 작은 사진전에서 저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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