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홍콩시위 출장기 ① 현장에서 안전이란...

나이스가이V 2019. 8. 22. 09:26

안전이 우선이야!”

편집국장께서 홍콩출장을 떠나는 제게 당부하셨지요. 말씀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안전이 우선이라 하셔서 결과물(사진)이 이것 밖에는...” 이런 말이 조직에서 먹힐 리 없지요. ^^   

 

급히 출장이 결정됐습니다. 쉬는 날 영화보러 가려다 부장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허겁지겁 회사 나가서 여권과 헬멧,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홍콩 시위를 취재하는 이들의 복장과 장비를 참고해 방독마스크와 고글, 형광조끼 등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저의 출장 소식이 알려지자 선후배 동료들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몸조심하라. 목소리와 문자에는 친분만큼의 걱정이 스며있었지요.

 

전례가 드문 해외출장에 대한 부담에다 전장에 보내는 것 같은 주변의 반응에 괜한 찜찜함이 생겼습니다. 부모님이 이 출장 소식을 모르시게 해야겠다며 제법 비장해지기도 했습니다.

 

홍콩행 비행기를 올랐습니다. 표를 구하다보니 9만원대의 저가항공. 가격이 ‘이 곳이 바로 험지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홍콩의 토요일. 그리 보려고 해서인지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과 거리의 표정에 폭풍전야라는 단어를 끼워 맞추고 있었습니다. 억지다 싶으면서도요. 전날 도착한 베이징 특파원을 홍콩에서 만났습니다. 특파원의 특파. 함께 짐 질 동료는 든든했습니다. 이 특파 후배와 취재 일정을 공유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안에서는 80년 광주를 생각하시는 것 같다. 천안문 사태 때 탱크맨(전차의 행렬을 막아선 남자의 사진) 같은 사진을 그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지금 선배는 5·18의 힌츠페터인거예요. 외신기자. 하하하.”

 

깔깔대며 웃었지만 이내 씁쓸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안)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취재를 앞두고 현지적응이라도 할 요량으로 오후에 예정된 집회현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간 곳은 홍콩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집회 즉, 송환법을 반대하는 시위를 반대하는 집회입니다. 곳곳에 오성홍기가 나부꼈습니다. 뭔가 익숙한 ‘오성홍기부대.’ 참가자들은 "폭력을 멈추고 질서를 회복하자는 등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맞불집회인 셈이지요.

 

 

저녁 무렵, 시내 공원에서 예정됐던 송환법 반대집회는 취소됐습니다. 비가 온 탓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내일 시위를 위해 힘을 좀 아끼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때 홍콩섬 건너 구룡반도에서 시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시위대가 몽콕경찰서를 공격하고 있다. 경찰들이 진압에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구룡반도로 건너갔습니다.

 

몽콕역 지하 개찰구 주변에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방독마스크와 고글을 낀 청년들이 와글와글했습니다. ‘벌써 끝났구나.’ 지상으로 서둘러 올라갔더니 진압봉과 방패를 든 경찰들이 왕복 차도를 막고 섰습니다. 뭔가 긴장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경찰 앞에는 방독마스크와 헬멧을 쓴 이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안 늦었구나.’ 그런데 이들은 모두 형광조끼를 입고 있었지요. 조끼에는 다양한 글씨체로 친절하게 표시해 놓았습니다. ‘PRESS.’

 

시위대 대신 세계 각 국에서 온 수백 명의 취재진이 경찰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종료됐고 흐지부지 정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시위대의 형체가 없는 거리에서 경찰은 해산작전을 펼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열을 맞춰 전진하는 경찰의 모습이 뭔가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싱거운 시위와 해산이었습니다. 다음날 예정된 대규모 시위 분위기를 미리 맞본 것 같았습니다. 한국의 언론들이 무력진압, 전운, 일촉즉발 같은 무시무시한 용어로 홍콩시위를 보도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단어의 무게만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소곤댄다던 별들도 보이지 않는 홍콩의 밤.

서울에서보다 더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②편에 계속...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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