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부터 3년째 새만금을 다녀왔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해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개발이라는 거대한 구호앞에 갯벌에 기대살던 어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는 낄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개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입니다. 안타까움을 달래줄 이도 없습니다. 언론매체 역시 개발 청사진에 대한 보도 일색입니다. 갯벌에 대한 관심을 끊다시피 한 언론에 대한 주민들의 원망도 있었습니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가는 모습의 기록이 앞으로 개발과 환경논리의 갈등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앞으로 계속 기록하며 지켜봐야 겠습니다. [포토다큐 세상 2008]그 차지던 갯벌“이젠 끝나부렀어” | ||||||||||
입력: 2008년 07월 27일 17:52:22 | ||||||||||
ㆍ물막이 2년 3개월 새만금의 ‘소리없는 절규’ “도장도 필요 없는 저금통장이었제. 거기서 자식 키우고 살림도 불렸는디…. 이젠 끝났어. 불쌍하게 돼부렀어.”
전북 부안군 계화도 어민 이순덕씨(60)의 말에는 긴 한숨이 배어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물을 막은 지 2년 3개월. 바다에 일 나간 지 오래됐다는 이씨는 변해버린 갯벌을 보는 것이 속상해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어민들 삶의 근간이었던 풍요롭던 갯벌은 볼품없이 야위어 도리어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민들의 삶은 새만금 갯벌처럼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었다. 짠물을 머금어 윤기가 흐르던 갯벌은 없었다. 대신 붉고 푸른 풀들이 넓은 초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해 마른 갯벌에서 흙먼지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뿌린 염생식물의 풀씨들이 길게는 무릎 높이까지 자랐다. 갯벌 들머리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부들, 갈대 같은 민물 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염생식물 사이로 난 길을 밟았다. 감싸듯 당기는 부드러운 갯벌의 감촉은 없어지고 푸석거리는 바닥에는 먼지가 일었다. 걷고 걸어도 단단한 땅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바다생명들의 썩은 냄새가 묻어났다. 길섶 군데군데 쌓인 조개더미와 언제 다시 나갈 기약도 없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배들이 하루 두 차례 물이 들고 나던 갯벌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마른 땅이 끝나는 곳에는 염도가 떨어진 바닷물이 아직 고여 있었다. 고인 물 위에는 부유물들이 거품 띠를 이루며 이리저리 흘렀다. 갯벌 생명들의 활동이 잦아들면서 자체 정화능력도 잃고 있었다. 갯벌 위에 웃음과 활력을 드리우던 어민들의 ‘그레질(그레를 이용해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맨손어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몇몇 어민들이 물속에서 양수기 펌프를 이용해 바닥을 긁는 ‘차차차’라는 신종어업이 나타났다. 고인 물마저 빼버리면 끝이라는 듯 불볕더위 속에서 바닥의 조개를 싹쓸이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환경캠프의 일환으로 갯벌을 찾은 김승태군(서울 방산고 2)은 “길게 봐서 무엇이 이익인지 따져봤어야 했다. 어머니처럼 넉넉한 곳이 썩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야성을 잃고 망가져가는 갯벌을 체험하며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최근 ‘전국의 새만금화’라 할 만한 ‘한반도 대운하’의 논란 속에 새만금의 외침은 묻히고 있다. 그러는 동안 새만금 갯벌에 기대어 살아온 생명들의 요구는 개발이라는 강력한 힘 앞에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다. 바다를 사랑하고 갯벌에서 더없이 행복했다던 이씨는 “그래도 둑을 터서 물이 들어오면…”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얘기했다.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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