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후배의 다급한 전화.
" 강선배 10분 후에 나온답니다"
카메라 들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중부경찰서로 가시겠습니다." "중부서 아시죠?”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기사님은 베테랑의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안다"는 대답 대신 제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카메라를 보며
“카메라가 묵직해 보이네요.”라고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예~.” 대답을 하면서도 조급함에 “죄송하지만 조금만 서둘러 주시겠습니까."
서두르는 것에 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사실은 CJ회장을 미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직원이 오늘 조사를 받았는데 곧 나온답니다.”
“나오는 거 사진 찍으시게요? 기자세요? 어디...?”
“예, 경향신문 사진기자입니다”
기사 어른신은 감춰뒀던 환한 웃음으로 즉각 반색하며 “아, 반갑습니다. 경향신문 독자입니다."
“그러세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너무 좋아합니다. 경향신문 보면 속이 후련해 집니다. 태우게 돼서 영광입니다”
“아니 별말씀을...감사합니다. 제가 영광입니다”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의혹에 경찰이 김 판사를 소환한 것과 관련해
“경찰이 판사나 검사를 소환하는 게 가능합니까?”라고도 물었고,
“얼마전 경기경찰청장 구속 건 때문인 것 같은데, 맞아요?”라고도 했습니다.
“어떤 신문보면 김재호 판사를 너무 감싸는 것 같데요. 왜 그러죠?”
'기자는 모두 알리라' 생각하셨던지 신문보면서 의아했던 것을 몇 가지 물어오셨습니다만,
전들 뾰족한 답이 있겠습니까. 마음은 급하고... "아 예" "그렇습니다" 정도와 웃음으로 때웠습니다. ^^
“안 늦었어야 되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경찰서 가까이와서 차가 조금 밀린것 때문인지 저보다 더 걱정을 했습니다.
잔돈 200원을 덜 받은 것이 독자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지요.
급히 문을 열고 내리는데 뒤에서 “사랑합니다”라고 택시 기사님의 목소리가 수줍은 듯 들려왔습니다.
그 낯설었던 찰나에 적당한 대답을 찾았지만 “네 감사합니다”하고 답하고 말았지요.
경찰서로 뛰어올라가면서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걸...'하며 후회했지요.
과분한 칭찬과 대접에 쑥스러웠습니다만 기분은 괜찮더군요. ^^
곧 나오기로 했던 삼성의 직원은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름 모를 택시 기사가 이름 모를 기자에게도 건네는 “사랑합니다”라는 말,
형제 사이에 오간다면 삼성과 CJ처럼 다툴 일은 없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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