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 한 번이라도 들어오셨던 분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책을 냈습니다. 지난 3일, 인쇄기의 온기가 남은 따끈한 책을 손에 쥐었습니다.
책은 <뭉클>이라는 제목의 사진에세이입니다. ‘사진기자 강윤중의 렌즈 너머로 본 세상’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뭉클’은 읽는 이가 감당해야 할 감정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그보다 먼저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맞닥뜨린 여러 상황에서 느낀 저의 감정이 ‘뭉클’이라는 제목에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은 제목은 아니지만 제겐 그렇게 중의적으로 다가옵니다.
에세이집은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모았습니다. 블로그에 제일 먼저 소식을 전하는 이유지요. 2004년 회사의 은근한 압박으로 시작한 블로그 ‘나이스가이의 사진이야기’가 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잊힐까봐 ‘의무방어’ 하듯 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참 게으르기 짝이 없는 블로그지요. 그럼에도 주변 분들이 기억해 주시고 한마디씩 건네주시는 건 아마도 내용보다는 다소 낯간지러운 블로그명의 덕이 아닐까 합니다.
떠밀려 시작한 블로그지만 가끔 이 사진과 글들이 모이면 먼 훗날 돌아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미래의 기억을 위해 그때그때 현장의 경험을 좀 구체적으로 기록해두자는 마음이었습니다. 나태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보태진 글과 사진이 제법 쌓였습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해 외부로 공개가 되긴 했지만, 고백 같기도 한 사진과 글이 민망할 때도 잦았습니다. 올려놓고 도망치듯 뒤도 안 돌아본 것도 많습니다.
지난해 사내 출판콘텐츠 기획을 담당하는 선배의 출간 제안에 흔쾌히 답을 했습니다만, 돌아서자마자 ‘이게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홀로 읽는다면 모를까, 원고를 다시 정리하는 동안 낯이 후끈 달아오르기도 수차례였습니다. ‘진짜 출간해도 될까?’ ‘망신당하지 않을까?’ 자주 물었습니다. 블로그는 확실히 관용이 크게 작용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사진을 다시 찾기도 했고 새로 써야할 정도의 글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원본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책에는 2014년 이후 올린 포스팅 중에 60여 개를 골랐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아쉬움이나 미련이 남지만, 이미 손을 떠났고 인쇄기는 돌았습니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책 만드는 설렘이라도 있어 저의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됐을 테지요. 하지만 어떻게 읽힐까, 종이책을 위해 베어진 나무의 가치 정도는 될까, 뭐 이런 새로운 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출간을 알리는 첫 신고는 블로그에 하는 것이 도리겠지요. 블로그 누적방문자가 122만이 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한 분 한 분의 방문이 책이 되는 힘이었습니다.
‘방문자 숫자의 10분의 1만 팔린다면…그 인세로 무얼 할까’
이런 고민으로 지금은 즐겁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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