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만들어 놓고 일주일에 하나 업데이트하기도 버겁습니다. 머리가 맑은 날이어서 집중한 취재가 뒷얘기를 가져야하고, 이것이 ‘블로그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스치고, 이후 ‘뭘 쓸까?’ 생각할 때 다시 떠올리게 되면 블로그 하나가 써집니다. 여러 가지 조건과 박자가 맞아줘야 겨우 하나 건지는 것이지요.
긴 시간 블로그를 방치하다보면 조바심이 생깁니다. 꼭 술 때문은 아니지만 대체로 머리가 맑지 못하여 새로운 것은 떠올리지 못하고 대신 자꾸 지난 사진을 꺼내게 됩니다. 앞서 올린 ‘중2의 여행사진’에 이어 또 파리여행사진을 올리려 합니다. 제가 국회 출입기자이니 국회의원들 사진을 내보이며 ‘썰’을 푸는 것이 도리이나, 방문자를 유인하기에는 ‘파리 사진’이 훨씬 영양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수년 간 저는 혼자 놀기 위한 ‘사진놀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치열한 고민의 산물로 집중해서 하면 ‘작업’이고, 의도와 특별한 메시지 없이 설렁설렁하면 ‘놀이’라 스스로 정의합니다. 사진의 수준도 딱 놀이수준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저의 작은 재미를 위한 것입니다. 바로 ‘남산타워 찾기’입니다. 남산타워(서울N타워)에 대한 느낌들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게는 ‘욕망’ ‘두려움’ 뭐 이런 의미들로 느닷없이 와 닿더군요. 어디서나 보이는 그래서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 남산타워를 카메라를 쥐고 선 곳에서 찍는 것이 놀이였지요. 최근 이런 재미가 주춤했던 것은 잠실에 솟은 제2롯데월드 때문입니다. 이제 갈아타야하나, 하고 있습니다.
파리를 여행하며 어디서나 눈에 띄는 ‘에펠탑’을 보며 서울서 하던 놀이를 떠올렸습니다. 에펠탑이 뭐 어떤 메시지나 의미를 제게 던진 것은 아니었지요. '불어'로 던지는 메시지를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사진의 메카 프랑스에서 사진기자로 밥벌이하는 자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생겼습니다. 때마침 중2 딸은 아빠의 카메라를 피했고 그래서 대신 에펠탑을 담았습니다. 서있던 자리에서 이 탑을 찾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누라의 도보 강행군을 군말 없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기도 했습니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1889년에 완공된 에펠탑은 산업시대의 흉물로 여겨지기도 했다지요. 이곳에서 파리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또한 파리 전역에서 이곳을 바라볼 수 있지요. 파리에 볼 것이 참 많지만 여행자들에게 에펠탑은 파리 상징의 절반 정도의 비중을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에펠탑을 찍으며 놀았습니다. 남는 건 역시 사진입니다. 덕에 블로그도 하나 업데이트합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