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박주영이 FC서울 입단식을 가졌습니다. 취재진이 일찌감치 진을 쳤습니다. 누군가 툭 뱉습니다. “내내 고개 숙이고 있는 거 아냐?”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디어와의 불편한 관계를 함축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박주영이 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장기주 FC서울 사장이 등번호 ‘91’의 유니폼 상의를 건넸고 박주영이 취재진 앞에서 입었습니다. 최용수 감독이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사장, 감독, 선수가 손을 모으고 포즈를 취했습니다. 박주영은 구단 관계자의 진행에 따라 일사천리로 행사가 이뤄지는 동안 단 한번 웃음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입단식에서 꼭 웃어야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사진기자들은 바랍니다. 취재진 앞에서는 통 웃지 않는 박주영이라 더더욱 화끈하게 웃는 모습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기자들과 문답을 했습니다. 질문과 답이 오가다보면 한번쯤은 웃지 않을까 했습니다. 살짝 흐릿한 미소를 한두 차례 지었다고 생각했으나 사진으로 웃는 모습이라 우기기엔 많이 모자랐습니다.
그의 복귀에 K리그 흥행의 짐을 지우고 팬과 소통 부족, 미디어와의 불편한 관계 등의 숙제해결을 요구하는데 그 무게가 간단하지는 않지요. 웃음을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요. 흔히 그러데요. 프로선수의 고액 연봉에는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불편함 감수, 그로 인한 ‘감정노동’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 들어있다고.
2005년 12월 어느날, 몸값이 치솟고 언론 인터뷰가 쇄도하는 박주영과의 단독 인터뷰를 체육부에서 성사시켰습니다. 그때도 여전히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선수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인터뷰한 뒤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세워 “좀 웃어요”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입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한 컷 남겼습니다. 몸값 더 올라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기념사진 남겨둬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솔깃했었지요. 그게 10년 전 일이군요. 당시 싸이월드에 사진과 같이 올린 짧은 글에 “수줍은...” “잘 웃지 않는 이 친구...” 같은 말이 써져 있더군요. 그런 박주영의 천성이 미디어에 의해 ‘불편한 관계’로 정의되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이날 입단식에서 웃기를 바랐던 것은 보다 나은 사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운동선수의 웃는 사진에는 여유와 자신감, 각오가 스며있기 때문입니다. 무표정은 이를 제일 먼저 카메라 파인더로 보게 되는 사진기자를 불편하게 하기도 합니다.
웃음이 팬 소통과 미디어 관계회복의 신호가 되고, 거기서 오는 여유가 경기력에 도움이 되고, 좋은 성적이 다시 큰 웃음이 되어 나오는 선순환을 기대합니다. 복귀 환영합니다. 웃어라 박주영!!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는 남자 (0) | 2015.03.31 |
---|---|
속도는 병이다 (6) | 2015.03.26 |
'미 대사 피습' 조간신문 1면 (0) | 2015.03.08 |
'891, 71, 0' (0) | 2015.03.03 |
'유리창 유혹' (2) | 201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