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는 참 매력적입니다. 어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이만큼 유용한 게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20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가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3000, 4000, 5000, 6000, 7000 고지를 넘었습니다. 숫자가 커져가는 그 사이에는 수많은 장중 혹은 종가 기준 ‘최고치’들이 촘촘하게 메웠습니다.
기록이 바뀔 때마다 매체의 사진기자들은 하나은행 딜링룸을 찾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주식과 환율 관련 사진은 이곳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딜링룸의 대형 전광판에는 그날의 주요 금융지표들이 큼직하게 표시됩니다. 분주한 딜러들이 오가는 모습과 수치를 같이 표현할 수 있지요. 애초 은행 딜링룸이라는 곳에 굳이 대형 전광판이 있을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이는 사진기자나 영상기자들이 찾은 소위 ‘그림’을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은행의 홍보 측면에서도 딜링룸의 전광판은 남는 장사라는 셈이 있었을 겁니다.
코스피가 크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간 딜링룸을 오픈하지 않았던 시중은행 두어 곳에서 코스피·환율뿐 아니라 요즘 핫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주가 등을 띄우는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기자들 유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 달성에 축하의 의미가 담긴 액션을 보여주자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첫 7000선을 넘었습니다. 은행 측에서 먼저 대대적인 세리머니를 준비를 했는지, 매체 기자들의 요구나 문의에 은행이 준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날 코스피 종가가 7000이 넘어 장이 마감됐습니다. 은행 홍보팀 직원과 딜리들이 전광판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코스피 7000을 축하합니다~”라는 선창에 환호와 박수가 터지고, 색종이가 흩날리고, 폭죽이 터졌습니다. 사진으로 봐온 익숙한 장면인데도 현장에서 보니 살짝 낯설기도 했습니다. 사진 프레임 밖의 모습을 같이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주 한국적인 보도사진이자, 신문사진, 경제사진이다 싶었습니다. K-보도사진 혹은 K-신문사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코스피 7000 돌파’라는 사건을 표현하는 데에 ‘7000이라는 숫자’와 ‘축하하는 액션’이 들어가야 한다는 공식(?)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숫자만 있는 것도, 액션만 있는 공허해지는 것이지요. 지금 언론에서 소비되는 사진 이미지를 만드는 일의 상당 부분을 현장의 사진기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미지를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펼쳐지는 은행 직원들의 ‘노련한’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코스피가 2000에서 7000에 이르기까지 이런 세리머니를 수도 없이 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