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현안과 관련한 간담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일정이 많지 않은 날인 것을 아는 노련한 정치인은 그 틈새를 노리기도 합니다. 뉴스 주목도가 높은 월요일 게재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합니다.
일정이 아예 없을 때에는 창작을 해야 합니다. 가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그 주 일요일에는 두문불출 김 의원 대신 문 닫힌 의원실을 찍는다는 지, 국회 개원이 미뤄지고 있을 때는 텅 빈 회의장을 찍는다는 지 하는 식이지요. 가끔 ‘뭘 해야하나’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만 축적된 경험에 따라 어렵지 않게(다소 식상하게) 소화해내곤 합니다.
일요일 기자실을 드나들며 불 꺼진 국회 복도를 바라보면 그 어둠이 참 편안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국회라는 긴장의 공간에서 긴장이 이완된 날 느끼는 특별함일 겁니다. 다음날이면 불을 환히 밝히고 이른 아침부터 의원들과 보좌진, 바닥까지 차지해 앉은 취재기자들, 들이밀 공간도 없을 만큼 들어 찬 방송카메라, 그 사이 틈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진기자들로 북적거리며 정신없을 테지요. 어둠을 바라보며 또 시작하는 한 주는 얼마나 많은 요구, 주장, 공방, 비난, 막말, 사과, 호통, 비아냥이 난무하고, 이것은 또 얼마나 많은 글과 사진과 영상의 홍수를 이룰 것인가 생각합니다.
텅 빈 휴일의 국회는 일이 없어 편한 것보다 그 적막함이 더 좋습니다. 평일에 가끔 '내가 기계구나'하고 느끼는 날이 있습니다. 국회의 휴일은 대체로 ‘사람인 날’이지요. ^^
또 하나, 일요일에 출근하기 때문에 월요병이 없다는 것이 좋습니다. 기자의 '특혜'입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