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총선 취재의 뒤끝

나이스가이V 2016. 4. 19. 19:55

총선 취재를 했습니다. 두 달 같은 두 주일을 보냈습니다. 당 대표들은 한 달 같은 하루라고 표현하더군요. 진짜 선거는 공천부터라는 말이 있듯 사실 일찌감치 총선 취재는 시작됐던 것이지요.

 

공천과정에서 진을 빼다보니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한숨이 나오더군요. 게다가 매너리즘이라는 놈도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그놈은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뭐 극복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몸을 고되게 하는 겁니다. ㅠㅠ

 

하루 열 서너 개나 되는 당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을 모두 챙길 순 없지만 최소한 오후 신문 마감 시간까지는 되도록이면 많은 일정을 챙기려 했지요. 한 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다음 유세장으로 달리는 취재차 안에서 사진을 마감합니다. 미뤄두면 귀찮아지는 것도 있지만 실시간 마감이 '미덕'인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오전에 두세 차례 흔들리는 차 안에서 마감을 하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어지럼증이 일며 도로가 좀 거칠다 싶은 곳에서는 구역질도 난답니다.

 

 

 

 

 

4년 전에 19대 국회의원 선거도 취재를 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땐 조금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시간 마감의 압박도 없었고 매체도 지금에 비해 적었습니다. 그새 환경이 좀 변한 것이지요. 저도 4년의 연차를 더 먹었고 사진부 국회 출입 막내인 3진에서 2진으로 올라섰으니 말입니다. 일은 다를 게 없는데 책임감은 조금 더 무거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연차만큼 자란 매너리즘과 책임감이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똔똔이었던 것이지요. ^^

 

이번에 경험한 현장의 변화 중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은 대표를 수행하는 한 당직자의 모습에서 찾았습니다. 대표를 취재하는 사진기자에게 짜증을 내는 다소 황당한 모습을 봤습니다. 대표가 시민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 의미였지요. 수많은 매체들이 알아서 다투어 속보를 쏟아내고 경쟁하며 기계적으로 기사를 생산하니 개개인의 기자란 존재도 무리 중 하나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SNS 환경에서 이젠 기자들의 취재보도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그런 상황이 웅변하는 것이지요.

 

나름 뉴스의 중심에서 몸을 학대하며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변죽만 울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1차적인 문제는 제게 있지요. 기계적인 사진 생산에, 기계적 균형을 위한 사진게재는 딱히 답이 찾아지질 않습니다. 또 온라인·모바일 공간에서 넘쳐나는 수많은 사진 중 그저 묻혀버리는 한 장의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질문도 생깁니다.

 

4년 뒤, 다시 올 총선 취재 환경은 어떻게 변해 있을 지 감히 짐작하긴 어렵습니다만 기자의 취재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생은 하는데 뒷맛은 개운치 않고, 뭔가 남는 것 없이 허무한 것이 이번 총선 취재의 뒤끝이네요. 4년 뒤 이 글을 찾아볼 요량으로 짧은 소회를 남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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