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열린 한 대학 광장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포토존 앞뒤로는 학교 건물과 설경 등이 담긴 큰 사진이 프린트 돼 있었지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이 별 거부감 없이 포토존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자리를 뜨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다른 졸업생이 같은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나름 고민해 마련한 설치물이었겠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건물을 굳이 대형 사진으로 만들어 놓고 기념사진을 유도하는 것이 좀 어색했습니다.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거닐던 교정 곳곳에 새겨진 저마다의 추억이 있을 테지요. 포토존에 붙은 대형 사진에서 그런 추억이 묻어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친절한 포토존은 오히려 추억을 앗아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요즘 웬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사진 찍는 장소라며 만들어 놓은 포토존이 있습니다. 발품을 팔아 자기만의 포인트를 찾았을 때의 희열이 사진의 참맛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포토존은 사진의 재미를 빼앗는다는 생각입니다. TV에 소개된 유명 맛집이라며 출입문에 도배 해 놓은 음식점을 일부러 피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포토존을 피해야 나만의 개성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겠지요. 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에 포토존은 친절의 과잉으로 느껴졌습니다.
"포토존을 철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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