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3

'광장 노숙'

사진다큐 소재를 선택할 때 ‘지금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대게 시의적인 이슈거나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와 그와 관련한 삶이 이유가 되지요. 이번에 지면에 실은 ‘광화문캠핑촌’ 다큐는 앞의 이유에다 ‘마음의 빚'이라는 사적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취재를 오가며 광장을 지날 때마다 부채감 같은 것이 달라붙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노숙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날이 춥다 등 온갖 핑계를 둘러댔지요. 농성 첫날부터 광장생활을 하고 있는 ‘페친’ 노순택 사진가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따끔거렸습니다. 노 작가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인가 제게 “..

사진다큐 2017.01.16

새해에는...

2016년 들어와 오늘(4일) 첫 출근한 사진기자들은 아마도 ‘새해 첫 출근’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을 겁니다. 저 역시 출근길 지하철에서 제가 맡을 것이 거의 확실한 첫 출근 스케치를 생각습니다. 머릿속에는 이미 익숙한 사진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거, 뭐 새로운 거 없나’ 싶은 거지요. 새해 새 각오로 시작하는 건 기자라고 다를 리 있겠습니까. 여러 다짐 중에는 새로운 사진에 대한 갈증도 포함됩니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 출근길 사진을 생각하자마자 떠오르는 매번 보던 사진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이 살짝 일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결국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매년 그랬던 것처럼 세종로네거리로 향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사진기자 동료들이 횡단보도에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눴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6.01.04

장맛비와 동심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엔 제법 큰 비가 내렸지만 서울에는 고만고만하게 내렸습니다. 블로그에서 두어 번 썼는데 비에도 성격과 각기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어떤 비일까?’가 비 스케치의 미션을 받은 자의 첫 질문이어야 합니다. 비는 애매했습니다. 장마기간에도 변변한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인지 가물었던 대지에 내리는 비는 반길 만 한 것이지요. 호우특보가 내린 일부 지역은 마냥 반가울 순 없겠지요. 게다가 태풍까지 북상한다고 하니 비의 색깔을 판단하기 애매했습니다. 강이 불어 위험하다느니 축대가 무너졌다느니 하는 돌발 현장이 없어 일단 비를 사건·사고가 아닌 서정적 시선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차창에 맺힌 빗방울을 걸고 행인을 찍어봅니다. 이렇게 찍어서 참 근사하게 표현..

사진이야기 201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