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에 가서 한 잔 더 할래. 방 있으니까 거기서 자도 되고..." 해군기지 건설로 발파작업이 진행되면서 강정마을에 들어와 수 주 째 취재하고 있던 한겨레 선배가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제안했습니다. 총선 취재차 제주도에 왔다가 얼떨결에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지요. 한 번은 왔어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거든요. 사진기자는 소위 '현장'이라는 곳에 가지 못하고 있으면 어떤 불안 내지는 부채의식 같은 것을 느끼는 직업인가 봅니다. 어둠에 잠겨 더 고요해 보이는 마을 입구에 '황제호프'가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치킨과 노가리 맛이 최고"라고 했지요. 안주로 노가리를 시켰습니다. 아담한 호프에 한 테이블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차지했고, 또 한 테이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