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영갑(1957-2005)의 에세이 (휴먼 앤 북스, 2015)를 읽었습니다. 그의 사진과 삶을 살짝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삶과 사진에 빠져들었습니다. 김영갑은 스스로를 고독과 외로움 속으로 밀어 넣은 사람입니다. 오직 사진만을 생각하도록 삶을 몰아붙였습니다. 좋은 사진은 그러한 조건에서 건질 수 있다는 듯 말이지요. “(사람과) 어울리면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보다 “사진에 몰입해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무료함을 끌어안고, 그 무료함을 극복하기 위해 사진에 푹 빠져든 것이지요. 그는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사진은 수행의 도구였지요. “밑 빠진 독에 물 채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정신 나갔다고 혀를 찬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