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 눈이 왔던가, 쌓인 눈은 본 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출근했더니 강원 영동북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답니다. ‘누굴 보내야 하나?’하는 부장의 눈빛을 읽었고, “제가 함 가볼까요?”라고 자원했습니다. 대개 ‘함 가볼까요?’라는 말에는 이런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일단 가서 보고, 아니면 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는 일이었습니다. ‘대설’이면 사건·사고의 범주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지요. 내린 눈의 성격에 맞는 사진을 담아야 하는 겁니다. 인제군에 들어서니 날씨는 포근했고 하늘은 파랬습니다. 도로에 ‘대설’이 아니라 ‘소설’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한 번 가볼까요?”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부령이냐 한계령이냐를 저울질하다 한계령을 택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