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포격 도발을 감행한 다음날 연천으로 향했습니다. 전날밤 딸래미는 울었습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더러 오간 모양입니다. 아빠가 포탄이 떨어졌다는 연천 지역에 일하러 간다는 말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던 겁니다. “아빠 가지마. 안 가면 안 돼?”라며 질질 짰습니다. 경험이 드문 아이에게 북의 포격과 더불어 난무하는 무시무시한 전쟁 언어들은 그대로의 공포로 다가올 테지요. 아이의 걱정과 달리 저는 연천으로 향하면서 ‘뭘 찍어야 하나?’를 걱정합니다. 전쟁의 가능성은 늘 존재하지만 ‘설마’하는 마음이 그 가능성을 압도합니다. 눈앞의 위기보다 코앞에 놓인 일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비슷한 경험들로 인해 무감해졌기 때문이지요. 이 무뎌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