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한 사진이 말을 걸어옵니다. 사진다큐를 하면서 오래된 주상복합건물 벽에 새겨진 벽화를 찍었습니다. 건물 내부 ‘ㅁ’자 중정 위로 솟은 두 벽면의 부조인데요. 50년 전에 시내 중심에 지은 화제의 건물이라, 어느 이름 난 작가의 작품이겠지 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부조는 건물 벽에 시멘트를 바르던 미장장이가 새겨넣었습니다.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찾을 수도 없었다는 얘기를 건물 관계자로부터 들었습니다. ‘무명의 미장장이가 남긴 50년 된 부조벽화.’ 이름 난 작가의 것이었다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을 테지만, 무명의 인부가 남겼다는 말에 울림이 생겼습니다. ‘다큐의 메인은 바로 이거다’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이 벽화 사진에 집착했고 글도 이 장면으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건물 곳곳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