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지내보겠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제주로 왔습니다. 먼저 ‘한 달 살기’를 했던 이들의 경험담을 검색하면 참고할 정보들이 줄줄이 나왔겠지만, 그냥 외면했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눈 뜨면 바닷가를 거닐면서 ‘오늘 뭘 할까’ 생각합니다. 답은 뭐 정해져 있지요. 걸어보자는 겁니다. 아침을 간단히 차려먹고 느긋하게 시작합니다. 하루는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하루는 북쪽으로, 어떤 날은 올레길로, 또 다른 날은 오름을 향해 걸었습니다. 사실, 걷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습니다. 왕복 거리를 감안해 적당히 걷다가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긴 시간 걷는 일이 익숙하진 않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와서는 타인과 대면해 얘기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걷는 순간에는 온전히 ‘나와의 대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