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매일 걷고 있습니다

나이스가이V 2021. 6. 11. 22:03

한 달을 지내보겠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제주로 왔습니다. 먼저 한 달 살기를 했던 이들의 경험담을 검색하면 참고할 정보들이 줄줄이 나왔겠지만, 그냥 외면했습니다.

빗속 산책

하루의 시작은 눈 뜨면 바닷가를 거닐면서 오늘 뭘 할까생각합니다. 답은 뭐 정해져 있지요. 걸어보자는 겁니다. 아침을 간단히 차려먹고 느긋하게 시작합니다. 하루는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하루는 북쪽으로, 어떤 날은 올레길로, 또 다른 날은 오름을 향해 걸었습니다.

다랑쉬오름
썰물
오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비자림

사실, 걷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습니다. 왕복 거리를 감안해 적당히 걷다가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긴 시간 걷는 일이 익숙하진 않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와서는 타인과 대면해 얘기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걷는 순간에는 온전히 나와의 대면이었습니다. 두서없는 들려오는 내 안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맛이 있더군요.

해녀 작업장
돌담에 비

오가며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을 찍는 것도 오래 걷는 일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사진기자가 휴가 때 제대로 쉬려면 카메라는 두고 가야 한다는 얘기들을 합니다만, 일이 아닌 사진을 놀이로 삼을 줄 아는 짬은 됐습니다. 올 때 사진일기라도 써야지 싶어 똑딱이 카메라를 하나 챙겨왔지요.

흐드러진 수국

대체로 해 질 녘 바닷가에 앉아서 멍 때리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레길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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