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4

'밀가루는 어디갔나?'

매년 반복되는 취재를 가는 길엔 보통 ‘뭐 좀 다른 거 없을까?’ 생각합니다. 이 생각조차도 버릇처럼 반복되어 온 탓에 딱히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드믑니다. ‘뭐 별거 있겠어?’하고 말지요. 나름의 경험으로 머릿속에 많은 그림을 그려보지만 대게 현장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기 일쑤입니다. 만약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에 가까운 사진을 매번 찍을 수 있다면 카메라를 놓고 점집을 차려야지요. ^^ 오랜만에 여고 졸업식을 찍었습니다. 졸업장 수여 순서가 되자, 한 명씩 호명된 졸업생들이 단상 중앙에서 졸업장을 받아들고 자리로 걸어갑니다. 단상을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선 담임선생님이 일일이 축하와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이 팔을 벌리고 선생님에게 달려가 안고, 단체로 거수경례를 하고, 하트를 그..

사진이야기 2018.02.13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혜윤씨

혜윤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묵직한 디지털카메라와 앨범 사진을 펼친 나이 든 사진사 아저씨들 사이에서 가벼운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경희대 후기 졸업식장. “폴라로이드 사진 찍으세요~” 혜윤씨가 외쳤습니다. 인파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곤 했습니다. 즉석사진을 내밀 때마다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졸업식장에선 낯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뭣이 됐든 가벼운(?) 온라인 기사 하나 쓸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생각보다 인기였습니다. 다시 인화할 수 없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사진이라는 매력때문일까요. 혜윤씨는 이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전화 통화에서 그녀는 “뭐라도 ..

사진이야기 2017.08.22

아이들이었을까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들은 공중에서 배회했다. 왜 하필 그 장면이 카메라에 들어왔을까. 장소의 특수성과 연결 지을 수밖에. 지난 12일 안산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이 열리던 그 시간 새들은 학교 건물 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딘가로 날아가지도 그 무리가 흩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날고 있는 새로 보이지 않은 이유다.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이라도 실어왔을까. 아이들의 메시지라도 전하러 왔을까. 물의 부자유와 대비되는 하늘의 자유를 누리는 새들을 보며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354명이 입학했지만 이날 86명이 졸업했다. yoonjoong

포토존 유감

졸업식이 열린 한 대학 광장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포토존 앞뒤로는 학교 건물과 설경 등이 담긴 큰 사진이 프린트 돼 있었지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이 별 거부감 없이 포토존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자리를 뜨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다른 졸업생이 같은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나름 고민해 마련한 설치물이었겠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건물을 굳이 대형 사진으로 만들어 놓고 기념사진을 유도하는 것이 좀 어색했습니다.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거닐던 교정 곳곳에 새겨진 저마다의 추억이 있을 테지요. 포토존에 붙은 대형 사진에서 그런 추억이 묻어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친절한 포토존은 오히려 추억을 앗아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요즘 웬..

사진이야기 201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