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장 2

먹고 사는 일

시골장터에서 나물을 팔던 상인이 좌판 뒤 저만치 떨어져 앉아 허겁지겁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손님이 나물 3000원 어치를 싸달라고 하자, 나물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나물값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이 앵글 안에 들어왔고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손이 거칠었습니다. 손등의 살갗은 터서 갈라졌습니다. 좀 전까지 나물 다듬던 손은 흙투성입니다. 손톱 사이에 까만 흙이 또렷합니다. 나물값을 받으려 내민 손은 밥 먹던 젓가락을 움켜쥐었습니다. 카메라 모니터로 사진을 확대해 보는 동안, 가슴이 저릿해지고 눈자위가 시큰해졌습니다. 살아가는 일에 대한 강한 은유로 다가왔습니다. 세월이 내리고 억척이 스며든 ‘어머니’의 거친 손을 공경과..

'에덴미용실'

장돌뱅이처럼 5일장 돌았습니다. 뭘 팔았냐고요? ‘발품’입니다. ^^ 전날 함평장에 이어 전남 신안군의 지도장을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할머니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할머니를 뒤따라 들어선 ‘에덴미용실’은 읍내에 있는 여러 미용실 중 한 곳입니다. 파마약과 염색약이 스며들 시간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수건을 머리에 감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앞두고 5일장 사진 찍으러 온 경향신문 기잡니다.” 어르신들이 반겨주셨고 미용실 원장님도 “우리 엄마들 잘 찍어주세요”라고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명절 앞이라 새벽 6시부터 손님이 몰려들었지요. 아마도 ‘늙고 아프다’는 얘기 중에 나온 말인 것 같습니다. 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젊어 보이려고 (머리)하..

사진이야기 201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