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 4

파란 봄

신문사 입사한 그해 가을로 기억합니다. 당시 부장께서 외신 사진 한 장을 벽에 붙였습니다. 참신해 보이고 시도해 볼만한 계절 스케치 사진을 그런식으로 붙이셨지요. 바닥에서 벽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낙엽을 쓸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부장께서 좋다고 생각하신 사진을 어떤식으로든 흉내내 찍어보려 낙엽지는 가을마다 기회를 노리곤 했었지요.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꽤 긴 시간 머릿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였습니다. 그제 인터뷰 갔다가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며 '내가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각인된 이미지에 저도 모르게 끌린 것이지요. 가을이 아닌 봄이, 빗자루 대신 롤러가, 낙엽 대신 파란 페인트가 그 자리를..

안철수는 모른다!

지난 14일 서울 상계동 한 아파트 경로당. 노원 병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방문을 할 예정이었지요. 널찍한 방으로 들어선 어르신들이 벽을 따라 'ㄱ'자로 놓인 의자에 앉았습니다. 한 할머니가 "고생많다"며 아들뻘 혹은 손주뻘 쯤 되는 기자들에게 요구르트와 마가렛트를 하나씩 돌렸습니다. 안 전 교수의 방문일정이 늦어지자, 한 고참 기자가 "어이 막내, 노래 한 곡 하지?" 반쯤은 장난이었지만 소박하고 정이 있는 간식에 대한 답례이자, 어르신들이 마냥 기다려 무료해지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나름 공경의 마음이었다고 믿습니다. 할머니들의 박자 맞추는 박수는 이미 시작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젤 막내 기자가 망설이는 동안 허겁지겁 뒤늦게 등장한 더 막내 기자, 노..

사진이야기 2013.03.18

찰나를 기록한다는 것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딱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있지요. 사진 찍기를 업으로 하는 저는 바로 그 순간에 카메라가 없으면 두고두고 아쉬워합니다. 카메라가 있음에도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그 아쉬움은 더 하지요.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찾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카메라가 없을 때 눈에 들어와 박혀 애타게 하는 경우가 잦은 것을 보면 사진은 ‘마음 비우기’에서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82일간 미국 체류를 끝내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날. 입국장을 바라보며 사다리를 밟고 서서 안 전 교수를 기다리다 곁눈질에 들어온 장면입니다. ‘재밌네’하고 서너 컷을 찍었습니다. 판단하고 찍는데 2초쯤 걸렸을 겁니다. 광고판 속 구두 ..

사진이야기 2013.03.13

2억원 짜리 시계 보셨나요?

2억원 하는 시계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럼, ‘오데마피게’라는 시계 브랜드 들어보셨나요? 저는 이날 처음 들었습니다. 서울 변두리 아파트 값과 맞먹는 이 시계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지요.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이 해외 패션관을 열며 홍보 행사의 일환으로 선보인 시계입니다. 위도와 경도를 서울에 맞춰 서울의 일출과 일몰 시간이 표시된다는 세계 유일의 시계라는군요. 또 다른 낯선 브랜드 IWC 시계도 준비돼 있었는데요. 그 브랜드의 시계는 2억9000만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것도 아니고 다만 조금 묵직해 보이는 시계였지요. '묵직해 보!인!다!’는 건 만지지도 못했다는 거죠. 쫄았습니다. ^^ 사진을 찍으면서 이 사진이 신문 지면에 나갈 수 있을까, 자료를 제게 건넨 선배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지면에 ..

사진이야기 201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