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 4

'유리창 유혹'

유리창을 통해 찍은 인물사진의 경우 특종일 확률이 큽니다. 연출사진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제가 입사했던 2000년,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은신 중이던 서울 논현동 자택 담장 위에서 사진기자들은 24시간 3교대를 해가며 집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저런 취재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수습이던 제겐 담벼락 취재의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연일 초췌해져가는 선배들을 보며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볼 수 없었던 린다 김을 당시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의 도준석기자가 현장에 투입되자마자 찍었습니다. 창 속에서 어딘가로 다급한 전화를 하는 린다 김의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습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이 사진을 받아썼습니다. 확실한 특종이지요. 이 사진은 그해 대한민국 내에서 보도사진에 ..

사진이야기 2015.02.26

멸치 대가리를 따며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땁니다. 수북이 쌓인 멸치를 보며 '언제 다 따나' 싶습니다. 한 마리씩 일일이 대가리를 따고 까만 똥을 빼냅니다. 이것은 확실히 노동입니다.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요령이란 게 생깁니다. 곧 지겹다는 생각이 사라집니다. 눈은 까고 있는 멸치를 향하지만, 시선은 멸치에 있지 않습니다. 딱히 무엇을 보고 있지 않는, 초점이 없어지는 순간을 맞습니다. 노동은 탄력을 받아 계속됩니다. 그 즈음에 잡생각의 공간이 생깁니다. 그 공간에서 생뚱한 시선이 튀어나옵니다. 멸치의 표정이 들어옵니다. 그것은 아마도 최후의 표정일 겁니다. 입 다문 놈, 비명 지르듯 입 벌린 놈, 대체로 무표정한 놈들 사이에 실실 웃는 놈. 억울한 마지막이었는지 눈들은 모두 말똥말똥. 대가리를 제거하는 것은 이..

사진이야기 2015.02.22

배신당한 프레스 프렌들리

몇 달 전부터 다시 국회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진이라 1진 선배의 부재 시에 국회 사진을 전담합니다. 1,2진 부재 시엔 후배인 3진이 커버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국회사진’이란 기본적으로 회의 사진입니다. 모든 사진거리가 회의, 회견, 토론회의 범주를 여간해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주로 앉아서 얘기하는 회의 사진에 ‘회의’를 갖기도 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정적이고 심심하고 밋밋하고 늘 보던 사진은 지양하는 추세입니다. 회의 사진을 다르게 찍는다는 게 어디 쉽나요. 국회에 다시 와서 보니 사진기자 선후배들이 총리 후보인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참 좋아하더군요. 이유는 표정이 풍부하고 제스처가 다양한 것이 이유입니다. 밋밋한 회의 사진에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것이지요. 그는 사진기자들이 ‘사진이..

사진이야기 2015.02.12

여행사진 그리고 발품

데스크는 “콧바람이나 쐬고 오라”며 1박2일 트래블(여행) 출장 지시를 내립니다. 사진이 지면 절반을 차지하는 지면 특성상 콧바람의 여유나 설렘은 사실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부담을 갖고 떠나게 되더군요. 보통 여행지의 날씨에 민감합니다. 대체로 맑은 날이면 해가 뜨고 지는 주변의 시간 때에 빛의 변화나 빛의 색감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처럼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좀 높다는 것이지 좋은 날씨가 곧 좋은 사진을 담보하진 않지요.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진을 안 받쳐준 날씨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여행사진에서 날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발품입니다. 사진의 완성도에 발품은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여기서 발품이라 함은 그저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진이야기 201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