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 3

‘고라니’가 되어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진 포토다큐 회의에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는데 DMZ의 생태 어때요?”라 던졌습니다. “그거 좋네. 해봐”라는 즉답이 왔고, 저는 바로 막막해졌습니다. 참 큰 말들이죠.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DMZ 생태’가 어떻게 연결되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DMZ 생태를 찍겠다”는 건 함부로 할 말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취재가능성과 접근성을 고려않고 던졌던 것이지요. 무엇보다 ‘생태’를 모르면서 쉽게 생태 운운하는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생각 끝에 ‘생태’의 자리를 ‘고라니’로 대체했습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것 하나로 승부를 걸자는 것이었습니다. 고라니 역시 비무장지대 생태의 주요한 구성 종이니까요. 공문을 넣고 군부대 협조를..

사진이야기 2018.06.26

월드컵 최고의 장면

서랍 속 외장하드를 꺼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꺼낸 게 아니라 꺼낸 다음 목적을 찾았습니다. ‘2010년’ 폴더를 열었습니다. 거기엔 ‘2010남아공월드컵’이라는 하위 폴더가 들었습니다. 그때 사진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사진을 넘겨보는 동안 당시 기억들이 불려나옵니다. 사진을 찍던 훈련장, 경기장, 도시와 이동하던 거리 등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 주변의 풍광들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그려졌습니다. 8년 전으로의 여행이었지요.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사진은 8년 전의 시간에서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려 놓았습니다. 재밌는 사진이었습니다. 8년 이라는 시간의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찍을 당시에는 그저 밋밋한 훈련사진이었는데 말이지요. 사진설명에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사진이야기 2018.06.22

'맥주 한 잔'

날이 덥습니다. 지난 주 취재차 수락산에 올랐다가 땀을 엄청 흘렸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일까요.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다 문득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박준호씨를 떠올렸습니다. ‘굴뚝 위은 지금 얼마나 더울까, 좁은 공간에 달궈진 시멘트와 철제 난간은 얼마나 뜨거울까.’ 작년 여름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공사현장에서 준호씨를 만났습니다. 취재하러 갔다가 일을 좀 거들면서 그와 두세 차례 작업을 했었지요. 당시 취재일기엔 이렇게 남아 있네요. “오늘 시마이~”하고 외친 박준호씨가 ‘부루스타’에 쥐포를 구웠다. “물보다 시원합니데이~”하면서 맥주 한 깡통을 내게 건넸다. 그는 내내 싱글벙글했다. “즐겁게 일하니까 힘든 줄도 모르겠다”는 그다. 이 더위에, 무보수에도 말이다. 여전히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그..

사진이야기 20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