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70

'가왕' 조용필의 주부팬

'가왕' 조용필의 19집 앨범 가 LP로 출시 되었습니다. 30일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했지요. 오후 1시 조금 넘어 도착한 광화문 교보문고 내 핫트랙스 앞에는 주부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가왕의 친필 사인이 든 LP 앨범을 구입하려는 줄이었습니다. 선착순 100명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였지요. 번호표를 손에 쥔 주부에게 물었더니, 새벽부터 기다려 번호표를 받았다며 아이의 천진한 미소를 지었지요. 기다리는 줄에서 주부팬들은 부산스럽고 분주했습니다. 얼굴을 찍지 말라고 하면서도 가왕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와 수건, 응원 메시지가 담긴 휴대폰을 번갈아 들며 '영원한 오빠'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과 지지를 드러냈지요. 한 주부팬은 줄 맨 앞에 안내문을 붙혀 놓은 조용필 사진 액자를 정성스럽게 닦았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3.05.31

살아 움직이는 사진

사진은 흐르는 시간과 공간을 수십, 수백분의 1초라는 셔터의 칼로 잘라 정지시킨 기록이라 할 수 있겠지요. 분명 소리없이 정지된 기록이지만 어떤 사진은 생물처럼 말을 하고 움직입니다. 시간의 더께가 켜켜이 쌓이며 정지된 시간으로부터 멀어져 갈수록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던지기도 합니다. 제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모습의 기록이 그렇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고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돌아오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이 사진을 다시 보았습니다. 다시 본 사진은 그저 단순한 무표정 내지는 무거운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고르고 트리밍하고 전송을 하면서..

사진이야기 2013.05.24

사진이 불편하신지요?

아래 사진이 혹시 불편하십니까? 고개를 돌리시는 분도 있겠고 무감하신 분도 있으시겠지요. 15일 김조광수 영화감독이 서울 시내 한 예술영화관에서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조감독의 19살 연하의 연인은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만나 지난 9년간 교제한 김승환씨 입니다. 이날 처음 공개석상에 나왔지요. 둘은 오는 9월7일 공개된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취재진에 많이 알려 달랍니다. 모인 축의금으로 성소수자를 위한 '무지개 센터'를 건립하는데 사용하겠다네요. "혼인신고도 할 예정이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본격적인 인권운동인 셈입니다. 시종 다정한 모습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둘은 ..

사진이야기 2013.05.16

남양유업의 사과

지난 9일 영업사원의 막말과 제품 밀어내기 등에 대해 남양유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이날 고개숙인 장면이 사진과 영상으로 신문과 방송에 나가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였지요. 인사하는 모습을 물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일찌감치 회견장으로 갔습니다. 발디딜 틈 정도의 자리가 남아 있었지요. 겨우 끼어 앉았습니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10시 30분.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10시20분쯤 대표와 임직원들이 등장합니다. 본 회견을 앞두고 일종의 포토타임이 진행되었던 것이지요. 대국민 사과 회견에 '무슨 포토타임까지나...'하고 조금 의아해 했습니다. 대표와 임원들은 두줄로 서서 고개숙였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셔터 소리가 회견장 가득 공명합니다. 포토타임이기에 ..

사진이야기 2013.05.13

뻗치기는 숙명

주기적으로 뻗치기에 대한 얘기를 쓰게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해지지 않는 뻗치기는 기자들의 숙명입니다. 예상된 뻗치기는 마음에 준비라도 하는데 그렇지 못한 뻗치기는 두 배쯤 더 힘듭니다. ^^ 지난 29일 개성공단 내 우리측 잔류 인원의 귀환 취재에 나섰습니다. 입경 시간은 오후 5시 경으로 예정됐고 4시가 채 되기 전 남북출입사무소 내 작은 건물 옥상에 올라 자리를 잡았습니다. 개성에서 돌아오는 차량 행렬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싸움이 치열합니다. 이미 이런 저런 스케치를 마감한 상태였구요. 옥상에서 차량행렬을 보고 잽싸게 내려가 데스크가 준 미션을 수행한 뒤 물류센터로 뛰어가서 짐 옮겨 싣는 것을 취재하고 차로 미친듯이 달려가 노트북 마감하는 동선을 짰습니다. 노트북은 취재차 안..

사진이야기 2013.05.02

수아레스와 굴욕사진

우루과이 출신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의 팔뚝을 깨무는 사고를 쳤다네요. 기사를 접하고 수아레스와의 잊지 못할 추억에 빠져들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2010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 16강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지난 2010년 6월 26일 열렸지요. 비오던 날, 장비와 레인커버를 버거워하며 사진을 찍던 기억이 잡힐듯 선명합니다. 1대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악동 수아레스가 절묘한 역전골을 성공시켰습니다. 한국의 8강행을 좌절시킨 골이었지요. 마음 급해진 우리 선수들을 뒤로 한 채 골 뒤풀이를 세게 하더군요. 경기장 한쪽을 크게 돌더니 사진기자석으로 돌진해 왔습니다. "어~어~"하는 순간 앵글에서 사라진 수아레스 녀석..

사진이야기 2013.04.24

'마더 파더 젠틀맨~'

토요 당직이 걸려 싸이 콘서트 취재가야 된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은 다들 "좋겠다"고 하더군요. 표 구하기도 힘든데 그것도 공짜로 보니 그리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진기자에겐 그저 피곤한 '일'일 뿐입니다. 그것도 아주 빡센 일이죠. ^^ 공연시작 4시간 전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4시에 싸이 기자회견이 있었거든요. 취재진 출입구엔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먼저 온 순서대로 들어가는데 맨 처음 온 매체는 새벽 6시 반, 그러니까 공연시작 12시간 전에 왔다네요. 이 바닥이 이렇습니다. 발디딜 틈 없는 기자회견장에서 1시간여 싸이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신곡 '젠틀맨'이 빵빵한 스피커를 통해 반복해 흘러 나왔습니다. 기자들을 '젠틀맨'에 ..

사진이야기 2013.04.15

안철수는 모른다!

지난 14일 서울 상계동 한 아파트 경로당. 노원 병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방문을 할 예정이었지요. 널찍한 방으로 들어선 어르신들이 벽을 따라 'ㄱ'자로 놓인 의자에 앉았습니다. 한 할머니가 "고생많다"며 아들뻘 혹은 손주뻘 쯤 되는 기자들에게 요구르트와 마가렛트를 하나씩 돌렸습니다. 안 전 교수의 방문일정이 늦어지자, 한 고참 기자가 "어이 막내, 노래 한 곡 하지?" 반쯤은 장난이었지만 소박하고 정이 있는 간식에 대한 답례이자, 어르신들이 마냥 기다려 무료해지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나름 공경의 마음이었다고 믿습니다. 할머니들의 박자 맞추는 박수는 이미 시작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젤 막내 기자가 망설이는 동안 허겁지겁 뒤늦게 등장한 더 막내 기자, 노..

사진이야기 2013.03.18

찰나를 기록한다는 것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딱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있지요. 사진 찍기를 업으로 하는 저는 바로 그 순간에 카메라가 없으면 두고두고 아쉬워합니다. 카메라가 있음에도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그 아쉬움은 더 하지요.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찾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카메라가 없을 때 눈에 들어와 박혀 애타게 하는 경우가 잦은 것을 보면 사진은 ‘마음 비우기’에서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82일간 미국 체류를 끝내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날. 입국장을 바라보며 사다리를 밟고 서서 안 전 교수를 기다리다 곁눈질에 들어온 장면입니다. ‘재밌네’하고 서너 컷을 찍었습니다. 판단하고 찍는데 2초쯤 걸렸을 겁니다. 광고판 속 구두 ..

사진이야기 2013.03.13

2억원 짜리 시계 보셨나요?

2억원 하는 시계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럼, ‘오데마피게’라는 시계 브랜드 들어보셨나요? 저는 이날 처음 들었습니다. 서울 변두리 아파트 값과 맞먹는 이 시계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지요.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이 해외 패션관을 열며 홍보 행사의 일환으로 선보인 시계입니다. 위도와 경도를 서울에 맞춰 서울의 일출과 일몰 시간이 표시된다는 세계 유일의 시계라는군요. 또 다른 낯선 브랜드 IWC 시계도 준비돼 있었는데요. 그 브랜드의 시계는 2억9000만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것도 아니고 다만 조금 묵직해 보이는 시계였지요. '묵직해 보!인!다!’는 건 만지지도 못했다는 거죠. 쫄았습니다. ^^ 사진을 찍으면서 이 사진이 신문 지면에 나갈 수 있을까, 자료를 제게 건넨 선배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지면에 ..

사진이야기 201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