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일정을 따라 백마부대를 다녀왔습니다.
이날 여야 대표가 각각 강원도와 경기도에 위치한 군부대를 방문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종북 논란' 속에 안보를 챙기는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지요.
부대에서 내 준 소형버스를 타고 백마부대의 한 초소로 향하는 길.
여기저기서 군 시절의 얘기들이 들립니다.
은근히 해병임을 드러내는 선배도 있고,
젊은 기자들의 파업으로 카메라를 잡고 있는 M사의 국장급 간부는 12.12사태때 군생활을 꺼냅니다.
"그때 노태우씨가 여기 사단장이었다"
남자의 전유물 같은 군대 얘기에 뒷자리 여기자도 거듭니다.
"학사장교 지원했었다...떨어져 기자됐다"
여대에도 학사장교, ROTC 바람이 분다지요.
다행히 이동시간이 길지 않아 '축구'얘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
이해찬 대표는 도착하자마자,
군용 조끼와 방탄 헬멧을 착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헬멧 착용하며 "난 계급이 없네요"라고 했고,
눈치 빠른 기자중 한 명이 "전시에는 계급이 없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습니다.
그렇죠. 요즘 정치판은 '총성없는 전쟁터'지요.
생활관(내무실)으로 들어선 이해찬 대표는 침상에 정렬한 병사들의 우뢰와 같은 환영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기자들까지 우르르 몰려 들어왔으니, 좁은 내무반은 찜통이었지요.
이 대표는 병사들을 격려한 뒤 함께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다시한번 환호와 박수.
방문단이 도착하기 전, 여러 번 미리 맞춰 본 것이죠. 안봐도 압니다. ㅎㅎ
이런 일사분란함을 보며 최근 아들을 군에 보낸 한국일보의 손용석 선배(아래사진 오른쪽 위)가 생각에 잠겼습니다.
손 선배는 "짠~하다"고 했지요.
생활관 문에는 이해찬 대표를 환영하는 문구를 적어 놓았습니다.
화이트 보드를 광이 나도록 닦았네요. 글씨 제일 잘 쓰는 병사가 나섰겠지요. ^^
이 대표가 돌아서서 나가는 동선을 고려해 잘 보이게 써 놓았습니다.
이 대표가 브리핑을 받고 방송 인터뷰를 하는 동안 부대 마당을 살폈습니다.
높은 누군가가 온다하면 맨 손으로 눈에 띄는 모든 잡초를 뽑아대던 군대의 기억이 났기 때문이지요.
갑자기 손 끝이 그때 기억을 감지한 듯 저릿해 왔지요.
잡초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기념촬영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장병들보다 그 뒤로 깔끔하게 정리된 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부대 방문 소식에 병사들은 쓸고 닦고... 얼마나 부산했을까.
사단장을 포함 상급 부대장 모두 왔으니, 그 부담과 긴장감 또한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군대의 기억이 취재가서 별 생각이 다 들게 하더군요.
군대가 좋아졌다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게 마련이지요.
정치지도자들이 군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여야 지도부가 앞다퉈 군 부대를 찾는 모습...글쎄요.
백마부대 장병 여러분!!
고생많았습니다.
설마 또 오진 않겠죠?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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