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열차표 예매하던 날, 시민들의 긴 행렬을 위에서 내려찍기 위해 서울역 2층 대합실로 올라갔습니다.
군복을 입은 병사 세 명이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아니면 여러 장을 남기고 싶었던 것인지 찍고 또 찍었습니다.
이날 제대한 이들은 집으로 가는 열차 시간이 다가오자 헤어지기 아쉬웠던 모양이었습니다.
훌쩍 19년 전 기억이 스쳤습니다.
저는 논산훈련소 26연대 146번 훈련병이었지요.
'전우조'라는 게 있었습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훈련병 생활을 하라며 세 명씩 짝을 지어 주었습니다.
145번, 147번 동기들이 제 전우조였지요.
힘들 때 많이 의지했습니다.
4주 훈련을 마치고 각자 배치받은 부대로 가기 위해 새벽녘 기차역으로 향하던 중
우리 세 명은 손을 꼭 잡고 걸으며 훌쩍였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웠습니다.
제대하고 모년 모일 모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습니다.
숱하게 불렀을 그 이름, 지금은 기억에도 없습니다.
다들 잘 살고들 있는지?
황금같은 시기를 참고 견디며 의지했을 '남자들의 이별'을 목격하며, 훈련소 동기들을 떠올렸습니다.
아득해 보이는 시간인데 두 친구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남자들의 이별>
제대 병사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있다. 세 명의 남자는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열차시간이 다가오자 이별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서로의 어깨와 허리를 감싼 모습에서 지난 2년간 함께 했던 추억과 짙은 우정이 배어난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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