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람'의 원작 만화가 강풀씨의 인터뷰를 앞두고 시간이 남아 인근에 있는 팔판동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삼청동길 들어서서 왼쪽으로 있는 동네입니다.
조선시대에 열덟 명의 판서가 나왔다고 팔판동이랍니다.
묵직한 유래에 비해 이름은 다소 가벼워 보이는 동네지요.
아담한 이 동네는 골목을 따라 예쁜 카페촌이 형성돼 연인이나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카메라를 든 이들도 많구요.
일부러 오기 힘든 동네고, 시간은 때워야 하고, 오랜만에 여유를 누렸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한 번 지났던 골목인데 어떤 끌림이 있어 다시 한 번 걷게 되었지요.
저를 끌어들였던 것의 정체는 '벽에 그려진 눈'이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매서운듯 하면서도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눈이었지요.
전봇대 옆,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아보자는 심산으로 담벼락의 주인이 그린 것이겠지요.
'빅브라더'의 눈, CCTV의 시선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인지라,
저 벽에 걸린 불신과 감시의 눈이 그래도 '애교스럽고 인간적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벼락에 걸린 눈>
서울 팔판동 골목을 지나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벽에 그려진 두 눈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지켜보는 것이다. 세상 구석구석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찍어대는 CC(폐쇄회로)TV보다는 인간적이라 해야 하나?
ㅎㅎ 금발의 여인을 바라보는 시선, 참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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