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뒤 조그만 공원. 오전 11시가 넘어 노숙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무료급식을 타기 위해서 입니다.
인근 상인에게 위치를 물어물어 한참을 헤맨뒤에야 그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유료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 구석쪽으로 돌아서니 연두색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곳에 눕거나 앉거나 한 노숙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지하차도 근처 길가에서 배식이 이뤄졌었죠.
'쾌적한 공원으로 이전'이라고 안내문은 말하지만 공원이라 우기기 좀 힘든 곳이었구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는 느낌이 더 들더군요.
카메라 없이 한번 지나가 보았습니다. 노숙자들 외엔 통행하는 사람이
한 둘 있을까 말까한 곳이었죠. 용산역 뒤에 '그들만의 섬'으로 떠있었습니다.
11시 30분쯤 되니 2백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노숙자들이 줄을 길게 지어 섰습니다.
식기를 받아들고 이곳저곳 살피다 다른 사람을 피해 아무곳에나 앉습니다.
바람 한점 걸러내지 못하는 나무 아래서 찬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급히 점심을 해치웁니다.
바람을 등진건지, 서로 외면하듯 앉아 식사를 하더군요.
노숙자들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노숙자라는 말이 익숙해진 것은 IMF 이후죠.
오늘이 우리가 IMF구제금융을 요청한지 8년이 되는 날입니다.
IMF라는 말이 우리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건 그때만큼, 아니
그때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는 말이겠지요.
무료급식을 먹고 어디론가 향하는 두 노숙자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한게 제일이지..."
그렇습니다. 건강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는거지요.
추운 겨울 부디 건강하고 안전하게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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