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9000원짜리 양복 사려면

나이스가이V 2005. 10. 31. 17:30
일산 한 백화점이 창립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가을양복을 9000원에 판다더군요.
이 백화점 계열인 대형마트에서는 가끔 배추를 선착순 100원에 팔기도 합니다.
넉넉잖은 살림살이에 솔깃한 주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할 이벤트죠.

지난 28일  9000원 양복 행사에 갔습니다.
문열기 전 백화점 앞은 양복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구요.
행사장에 올라갔더니,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오더니 줄을 섭니다.
직원이 "밖에 줄서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가달라"하자
"문화센터에 온 사람들이 줄 설 시간이 어딨냐?"며 따집니다.
백화점 밖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무리를 이뤘습니다.
"저 사람들은 밖에 줄 섰던 사람 아니다"
"새벽5시부터 기다린 사람은 뭐냐?"
....난리들입니다.
옥신각신 하던차에 한 아주머니 앞으로 나오더니
직원을 향해 다짜고짜 고함을 지릅니다. 사진기자들을 향해서도
삿대질을 하며 시비를 겁니다. 아주머니의 상식적이지 않은 말과
땡깡은 앞의 승강이들을 무색케하고 자연스레 아주머니 자리는 젤 앞자리가 됐죠. ^^

판매시작과 함께 달려든 인파에 양복이 걸린 옷걸이는
(만화에서 가끔보는 )'생선이 순식간에 살이 없어지고 가시만 남는것' 같았죠.
정말 깜짝할 사이였는데요. 사이즈고 뭐고 없죠. 그와중에 두세벌을 건진
아주머니도 있었구요. 한벌도 손에 넣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죠.
이때부터 사이즈, 색상, 무늬 등을 따지는 거래가 시작됩니다.

세상엔 참 부지런하고 악착같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지기 위해 타인에 대한 눈꼽만큼도 없는 냉정한 싸움, 그 와중에 두세벌을 건지는 욕심.^^
이벤트지만 현실의 축소인듯도 했죠. 계산이 빠르지 못해 늘 뒷북치는 제겐
더없이 안타깝기만 한 현장이었죠.ㅎㅎ

취재현장에 북적대는 기자들이 저런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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