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습니다
며칠전 노숙자 취재하며 좀 떨어서 감기가 왔나봅니다
지금 코를 훌쩍이며 자판을 두드립니다
그정도 추위에 걸려버린 감기에 약한 모습보인 제 몸에 대한 배신감보다
이제 시작하는 추위에 무방비로 내몰린 노숙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게 남습니다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노숙자들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는 통계를 보고 나간 취재였습니다
서울 시내 지하철을 끼고 있는 한 지하상가에 밤12시쯤 도착했습니다
어느 봉사단체에서 주는 무료급식을 타기위한 노숙인들의 줄이 길었습니다
일찌감치 자리를 깔고 누워자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지하철 막차시간이 다가오면서 노숙인들 사이로 많은 귀가객들이 스쳐지나고 있었습니다
늘 거기에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의식하지 않고 지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요
귀가하는 이들과 술에 취해 시끌벅적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드는 시간
이날 따라 추워진다는 기상청의 예보는 정확했지요
두꺼운 종이상자를 들고 하나둘씩 자리를 찾아들었습니다
바람이 덜 드는 지하도 가운데 부터 자리가 찼습니다
떠도는 삶도 서러운데 늦은 이는 찬바람이 스미는 입구쪽에 할 수 없이 자리를 잡습니다
추위에 잠도 금세 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두런두런 얘기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얘기였을까요?
새벽 두시쯤 최소한의 조명만 남긴 지하도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피곤하고 지친하루를 찬 바닥에 뉘었습니다
정적 속에 거친 기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대부분이 얇은 신문지와 종이상자에 의지해 몸을 잔뜩 움츠린채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날은 점점 추워오는데...
제 감기는 엄살이네요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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