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눈이 하는 말'

나이스가이V 2017. 9. 26. 08:00

야생동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 일이 있습니까?

 

전남 구례에 있는 야생동물의료센터를 다녀왔습니다.(923일자 포토다큐) 부상당하거나 어미 잃은 야생동물이 구조돼 들어와 치료·재활을 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찍어온 사진을 고르다 다시 한 번 야생동물들의 눈을 응시하게 됩니다.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야생동물을 찍을 수 있어 마주치는 눈을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사람 사진도, 동물 사진도 눈에다 포커스를 맞춰 찍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동물의 눈이 잘 보이는 사진 몇 장 모았습니다. 문득 저 반짝이는 눈이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슬픔 같은 게 읽힙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동물들이어서겠지요. 크게 다친 동물들의 폐사율이 높다고 하니, 아마 같은 혹은 다른 종들의 죽음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부상 순간의 끔찍한 고통과 잃어버린 어미에 대한 그리움이 고여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야성을 영영 잃거나 완치가 안 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본능적 불안도 그 눈빛은 얘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마침 읽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수렵채집인들은 주변의 동물, 식물, 물건뿐 아니라 자기 신체와 감각이라는 내부세계에 대해서도 완벽히 터득했다……수렵채집인들은 농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자연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동물과 채집하는 식물을 잘 알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게 되었고……”(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그 시대 사람들은 동물의 눈빛과 몸짓을 잘 읽어냈을 것도 같습니다. 감각해야 할 것이 수도 없이 많은 이 시대에 대상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간에 눈이 하는 말을 읽어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요. 수만 년 동안 퇴화해 온 감각일 테니 말이지요.

 

다시, 고대 수렵인의 눈으로 야생동물의 눈빛을 응시합니다. 이런 말이 들립니다.

 

"그 카메라 좀 치워줄래?”

 

그나저나 제 이 작은 눈은 누군가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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