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에 석회가 끼었답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어깨를 오래 그리고 많이 사용한 탓이겠지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찍은 사진 두 장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왼쪽 팔을 들 수 없는 지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 연차가 되도록 한 번도 시도한 적 없었던 사진입니다. 좀 다른 사진을 찍었다는 생각인데, 그것이 ‘의지’보다는 ‘망가진 몸’이 시발이었다는 게 좀 민망해집니다.
5일장을 찍기 위해 지방 출장을 떠났습니다. ‘좀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어깨는 계속 아팠고,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의욕이 좀 꺾였습니다. 그림이 될 만한 익숙한 장면이 시선을 잡아도 마음도 그다지 동하지 않았지요. 즉시 카메라를 드는 몸에 밴 습관이 몸 상태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던 겁니다.
사진과 마감에 대한 조바심이 없진 않았지만, 동시에 ‘팔이 아파서...’라는 변명도 슬그머니 자리 잡았지요. 장터 주변을 터덜터덜 돌았습니다. 걷다 닿은 버스터미널. 벤치에 앉아 멍 때리다 문득 버스 안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묵직하게 장을 본 어르신들이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다 올라탔습니다. 성한 오른팔로 봉을 감싸 안고 몸을 기댄 채 오른손에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넉넉한 웃음이 참 좋았습니다. 왼손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덜컹이는 버스에 덩달아 흔들리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지금 보고 있습니다. 지면에는 실리지 못했지요. 생각해보니 찍는 동안 마음 같지 않는 팔 때문에 셔터 찬스를 몇 차례 놓쳐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불편한 어깨 때문에 만난 고마운 장면인데도 말이지요. ‘참 못났고 찌질하다’며 자책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그림이 ‘된다’ 혹은 ‘안 된다’는 것은 몸이 먼저 반응을 합니다. 연차가 늘수록 몸의 반응은 확신에 가까워집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좀 다른 사진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새삼 묻게 됩니다.
부끄럽지만 남겨야 할 에피소드. 신안군 한 읍내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한 차례 받았습니다. 옆자리에 누웠던 어르신들의 구릿빛 피부와 군살 없는 몸을 봤지요. 제 몸을 내려다보며 ‘이 허연 살덩어리는 뭔가’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큰 수건을 제 배에다 슬쩍 덮어주었지요. 무언의 ‘팩폭’이었던 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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