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으로 생긴 문화적 이질감을 예술 활동으로 해소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탈북예술인들로 구성된 ‘평양민속예술단’ 주명신 단장의 각오다.
| 탈북예술인들로 구성된 ‘평양민속예술단’ 의 서울 월계동 연습실. 북한의 대표적인 민속무용 ‘조개 캐는 처녀들’ 의 연습이 한창이다. 역동적인 춤동작 뒤로 태극기가 눈에 띈다. | 서울 월계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연습실 예술단 무용팀원들은 주말 지방 공연을 앞두고 안무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다. 무용팀장 김수경 씨의 카랑카랑한 박자구령과 흥겨운 북한 민속음악에 무용수들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동작이 크고 움직임이 많은 춤이라 넓지 않은 공간에서 서로 몸이 부딪치기도 하면서 연습은 계속됐다. 뜨거운 열기가 더해가는 연습실 밖에는 꽃샘추위에 함박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땀범벅이 된 여성 무용수들은 “쉬었다 하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털썩 주저앉아 물을 들이켰다. 짧은 휴식은 즐거운 수다시간이다. 외모, 육아 등의 얘기는 남한의 여느 젊은 여성들의 관심사와 다르지 않았다. ‘북한식 말씨’에 대한 에피소드가 한바탕 웃음의 소재가 됐지만, ‘억양’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질감과 이에 대한 편견의 시선에 받은 상처도 간간이 묻어났다. 9년 전 두만강을 건너 4년 전 입국한 김경아씨는 “말이 달라 참 어려웠지만 이젠 적응해 편해졌다”고 했다. 또 국내에서 겉도는 새터민(탈북자)에 대해 “닫힌 마음을 열고 자신감을 갖고 노력해 극복했으면…”하는 바람도 조심스레 전했다.
주말. 예술단은 경남 거창군 고로쇠 축제에 섰다. ‘반갑습니다’합창을 시작으로 ‘명절날’, ‘조개 캐는 처녀들’, ‘물동이 춤’ 등 북한의 민속무용과 노래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경쾌한 리듬에 관객들의 어깨는 절로 들썩였다. 특히, ‘비욘세’의 ‘crazy in love’에 맞춘 웨이브 댄스를 추며 감쪽같이 옷을 갈아입는 ‘사계절춤(일명, 마술춤)’에 관객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며 갈채를 보냈다. 예술단은 날이 풀리면 지역축제, 초청공연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했다. 북한 문화에 대한 초청강연은 물론 노인, 장애인을 위한 자선공연과 북한 어린이 돕기 등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었다. 새터민 1만 명의 시대다. 각 종 조사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뉴스들은 남한 땅을 살아가는 새터민들의 ‘좌절감’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척박한 토양에서 ‘평양민속예술단’은 문화예술이라는 도구로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작은 연습실에서 오늘 흘리는 땀방울은 내일의 큰 열매를 맺을 작지만 단단한 씨앗으로 자라고 있다.
| 연습실 위층 아파트노인회에서 간식으로 국수를 내왔다. 단원들은 북한 결혼식에서 먹던 잔치국수에 대한 추억을 반찬삼아 맛있게 먹었다. |
| 경남 거창군 고로쇠 축제 오프닝 공연. 예술단 무용수들이 우물가에서 수다 떠는 여성들의 모습을 표현한 ‘물동이 춤’ 을 추고 있다. 이날 ‘명절날’, ‘조개춤’, ‘사계절춤’ 등 다양한 무용과 노래를 선보였다. |
| 예술단 부단장이자 성악가수인 김영옥씨가 ‘닐리리 맘보’ 를 부르며 관객석으로 다가가자 한 할머니가 손을 꼭 쥐고 있다. |
| ‘마술춤’ 이라 불리는 ‘사계절춤’. 춤을 추며 감쪽같이 옷을 갈아입자 관객들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궁금해 하니 ‘절대 비밀’ 이란다. |
| 무용수 김은서씨가 공연을 앞두고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꽃단장을 하고 있다. |
〈사진·글 강윤중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