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릴 게 참 없었구나”하는 방문자들의 의심과 염려를 감안하고 올립니다. 제겐 의미 있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이 아니니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도 없지요. 우격다짐의 주관적 사진에도 관대해진 사진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름 진지하게 기록한 숱한 사진 중에서도 몇 장만 골라지고 나머지는 지워져야할 운명을 맞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열어보면 대체로 규칙적이고 가지런하게 배열된 사진 중에서 유독 거슬리듯 눈에 띄는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눌렀지만 내가 누르지 않은 사진입니다. 나의 것도 아니면서 나의 것인 사진입니다.
대게 이런 사진은 카메라를 드는 중에 눌리거나, 걸어가다 골반 즈음의 살인지 뼈인지 모를 어정쩡한 부분에 건들려 찍힌 것이지요. 젤 먼저 삭제될 운명의 사진이 막상 버리려는 순간에는 노트북 바탕화면 ‘우연’이라는 폴더에 일단 옮겨지면서 생명을 연장합니다.
대부분이 국회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분주한 움직임 중에 눌린 것이지요. 제가 카메라를 메거나 잡는 습관과 걸음걸이에 따른 몸의 움직임에 의해 찍히게 되는 사진입니다. 머리가 의도한 사진은 아니지만, 몸이 의도했을 수 있는 사진들이지요. 훗날 본다면 나름 ‘분주했던 2016년의 나’에 대한 기록쯤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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