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사진기자 배정현을 추모하며

나이스가이V 2015. 4. 30. 17:58

작년 이맘때 연합뉴스 배정현 기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 멋진 후배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취재하며 진도 팽목항에서 그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타사 후배의 상기된 표정이 기억납니다. 세월호라는 구체적인 사고도 비현실적으로 인식되는 공간에서 후배의 갑작스런 죽음이 현실적일 수 없었습니다. 소식을 듣기 전과 후는 불과 몇 초라는 시간의 간격이지만 상당한 혼란을 갖게 했습니다. 현장을 함께 뛰던 동료의 죽음은 부정된 채로 허탈감만 짙게 드리웠습니다. 세월호에 놀라고 사고현장의 긴장으로 후배의 죽음을 온전히 슬퍼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가 떠난 지 1주기. 지난 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추모전시회 짧은 여행의 기록이 열렸습니다. 전시된 사진을 보며 꽤 긴 시간 못 보며 살고 있는 듯했던 정현이의 부재를 느꼈습니다. 동시에 남겨진 사진들과 전시를 찾은 선후배 모습에서 또렷한 존재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모글에서 네가 바라 본 세상을 사진으로 기록했지만 남겨진 사진을 통해 너의 모습을 본다는 말이 가슴에 박혀왔습니다.

 

정현이는 4년간 사진기자 생활을 하며 3만여 장의 사진을 남겼다고 하더군요. 사진기자는 사진을 남긴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작업한 사진들을 보며 삶과 사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기자 일의 특성상 대게 종일 뉴스사진에 파묻히게 되지만, 정현이는 작업 안에서 나름의 숨 쉴 공간을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구름과 숲을 기록한 그의 사진은 스스로를 어루만지고 치유하기도 했을 테지요.

 


 

배정현이라는 사람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을 기록해 온 자신의 작업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삶과 사진에서 어떤 일관성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내 삶과 나의 사진은 어떻게 기억되고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궁금합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잊지 않을게. 니 부재가 여전히 낯설지만...’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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