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진, 특히 연예인의 사진을 좀 다르게 찍을 순 없을까, 고민을 합니다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저 그런 빤한 사진을 찍고 비슷비슷한 사진이 신문에 실립니다. 산울림의 김창완을 카메라에 담을 때도 늘 그랬던 것처럼 다르지 않은 표정과 제스처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자연스러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가 표현한 어색함은 사진을 찍힌다는 사실보다,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저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만나서 인사하자마자 사진부터 찍는 것은 현실이 그러하더라도 무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듯 사진을 찍는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어색함을 누그려 볼 요량으로 “지금 표정 너무 좋아요”라고 역시 틀에 박힌 멘트가 나갑니다. “허허허 어제 술을 안 마셔서 그런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같이 웃었습니다. 그 순간 지나간 그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찍었는지, 그저 보았는지, 보며 찍었는지 그 순간에는 몰랐는데 실내로 자리를 옮기며 잽싸게 확인한 모니터에는 제대로 찍혀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됐고 몇 컷 더 찍겠다고 쪼그려 앉아 내심 조금 전 놓쳤던 그 표정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쪼그려 앉은 다리가 저려왔지만 언젠가 나올 것 같은 그 표정이 버티게 했지요. 그리고 그의 웃음이 작렬하는 순간, 셔터는 기다렸다는 듯 난사!
그가 웃는 순간 그의 얼굴에 새겨진 무수한 주름, 그 선한 주름의 물결이 그의 삶이자 바로 인간 김창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성이 드러나는 사진은 이런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게 “언제 소주 한잔해요”라고 '술꾼들의 인사'를 건넵니다. 예의 그 해맑은 주름 가득한 미소와 함께.
골라낸 여러 사진 중 그가 가장 잘 표현됐다고 생각하는 이 사진이 과연 신문에 실릴 수 있을까, 하며 절반쯤의 확률로 기대를 했습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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