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살아 움직이는 사진

나이스가이V 2013. 5. 24. 18:46

사진은 흐르는 시간과 공간을 수십, 수백분의 1초라는 셔터의 칼로 잘라 정지시킨 기록이라 할 수 있겠지요. 분명 소리없이 정지된 기록이지만 어떤 사진은 생물처럼 말을 하고 움직입니다. 시간의 더께가 켜켜이 쌓이며 정지된 시간으로부터 멀어져 갈수록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던지기도 합니다. 

제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모습의 기록이 그렇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고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돌아오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이 사진을 다시 보았습니다. 다시 본 사진은 그저 단순한 무표정 내지는 무거운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고르고 트리밍하고 전송을 하면서 들었던 느낌과는 다른 차원의 말을 걸어오는 것이지요. 1년이 지나고 2년, 3년이 지나면서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당시 현장의 디테일보다 그가 추구하던 가치와 더 멀어지는 현실과 그 경험이 그 사진 위에 덧대어 지고 있는 것이지요. 4주기를 맞이해 다시 사진을 꺼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뒤에 선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모습이 또 다른 얘기를 걸어 옵니다. 

과거의 사진이지만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얘기하는 것 같지 않나요?

내년에는 또 내후년에는 어떤 말을 걸어 올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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