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해마다 터지는 집중호우에 의한 물난리.
장마와 태풍예보가 나올 즈음이면 사진기자들은 물난리를 대비합니다.
이맘때면 반바지와 쌘들과 여분의 셔츠는 사물함에 상비돼 있지요.
저 개인적으로는(사실, 다들 그럴것이라 생각하지만.. ^^)수해취재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온 나라와 언론의 신경이 집중되는 부담감과 며칠간이고 계속되는
강행군에 피로감을 심하게 느껴야 하는 취재이기 때문이죠. 물론 수재민들의 아픔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에 혈소판 정도 되겠습니까마는.
또, 가족과 재산을 잃은 수재민들을 향해 카메라를 경쟁적으로
들이밀어야 한다는 게 조금 송구스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죠.
제 연차에 피해갈 수 없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근무와 '아다리'가 딱맞아 떨어지는 절묘한 여건도
허락되었지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인제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다잃고 망연자실한 수재민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거기에 대고 셔터를 연방 눌러야 하는게
사진기자 일이니...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가 이 큰 아픔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자'라는 심정으로
눌러야 하는게 진정한 직업정신이겠지만, '옥헤바리, 이 정도 사진이면 타사에 물먹지 않겠지'하는 마음도
동시에 든다는게 사진기자로 밥먹는 저의 우스운, 서글픈 모습이더군요.^^
수해현장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수 많은 상황을, 그만큼 많은 언론들이 달라붙어 아픈 수재민을
더 아프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언론에 대한 또 한 겹의 불신을 더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점잖게 지면위해 올라앉은 한 장의 사진 뒤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얘기들이 있지요.
사진기자가 그림을 포착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 과정에서 이뤄지는, 혹은 셔터를 누른
이후의 에피소드들 말입니다.
아픔을 나눌줄도 아는 기자, 바로 사진기자입니다. ^^*
사진설명/
1.중앙일보 김태성기자, 한국일보 조영호기자, 동아일보 김재명 기자(앞에서 부터)가
카메라를 놓고 수재민의 흙묻은 빨래를 씻어 널고 있습니다.
2. 불은 물과 도로 유실로 억류됐던 주민들이 가파른 바위를 타고 건너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 사진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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